"화산을 달래는 사람들", 1,300년 동안 이어진 신성한 임무… 'Don Goyo'의 전설
- 멕시코 한인신문
- 16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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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중부 푸에블라(Puebla)와 모렐로스(Morelos), 멕시코주(Estado de México)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포포카테페틀(Popocatépetl) 화산은 오늘날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북미 최대 활화산 가운데 하나다.
해발 5,426m의 이 거대한 화산은 거의 매일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으며, 멕시코시티에서 불과 70km 남짓 떨어져 있어 수천만 명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화산 인근 주민들에게 포포카테페틀은 단순한 자연재해의 위협이 아니다.
그들은 이 화산을 살아 있는 존재로 여긴다. 그리고 그 존재의 이름은 ‘돈 고요(Don Goyo)’다.
포포카테페틀(Popocatépetl) 동쪽 기슭에 자리한 작은 마을 산티아고 살리친틀라(Santiago Xalitzintla)는 수백 년 동안 화산과 특별한 관계를 이어온 곳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포포카테페틀을 달래고 평온하게 유지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믿는다. 이 전통은 단순한 민속신앙이 아니라 멕시코 원주민 문화와 가톨릭 신앙이 결합된 독특한 세계관에서 비롯됐다.
나우아틀어(Náhuatl)에서 포포카테페틀은 "연기를 내뿜는 산(Montaña que Humea)"이라는 뜻이다. 아즈텍 시대 이전부터 원주민들은 이 화산을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화산은 파괴를 가져오는 동시에 비와 농업을 제공하는 생명의 원천으로도 인식됐다.
특히 이 지역에는 포포카테페틀과 이스타시우아틀(Iztaccíhuatl)에 관한 유명한 전설이 전해진다.
전사 포포카테페틀과 공주 이스타시우아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전사였던 포포카테페틀은 사랑하는 공주의 죽음 이후 영원히 그녀를 지키기 위해 횃불을 들고 서 있게 되었고, 오늘날 두 화산의 모습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산티아고 살리친틀라(Santiago Xalitzintla)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존재는 '돈 고요(Don Goyo)'다. 돈 고요는 포포카테페틀의 인간적 모습으로 여겨진다.
전설에 따르면 20세기 초 한 마을 주민에게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는데, 자신을 화산의 영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화산 활동에 관한 경고를 주민들에게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후 주민들은 화산을 ‘돈 그레고리오(Don Gregorio)’ 또는 애칭인 ‘돈 고요(Don Goyo)’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도 매년 3월 12일이면 특별한 의식이 열린다. 이 날은 가톨릭 성인인 성 그레고리오(San Gregorio)의 축일인데, 주민들은 음식과 꽃, 음악, 술을 준비해 화산에게 바친다.
제단에는 몰레(Mole), 타말(Tamal), 과일, 빵, 데킬라, 메스칼 등이 올려진다.
주민들은 돈 고요가 이 선물을 기쁘게 받아야 화산이 평온하게 유지된다고 믿는다.
의식은 화산 기슭의 특정 장소에서 진행된다.
마을의 영적 지도자들은 기도를 올리고, 화산에게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한다.
외부인의 눈에는 단순한 전통 행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매우 진지한 약속이다.
이러한 믿음은 현대 과학과도 독특하게 공존하고 있다. 멕시코 국가재난예방센터(CENAPRED)는 포포카테페틀을 24시간 감시한다. 지진계와 위성,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화산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화산 활동을 데이터로 설명한다. 반면 주민들은 돈 고요의 기분과 신호를 통해 화산을 이해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체계가 서로 충돌하기보다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산 경보가 발령될 경우 산티아고 살리친틀라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에 따라 대피한다. 하지만 동시에 돈 고요를 위한 기도와 제물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포포카테페틀은 여러 차례 대규모 화산재 분출을 일으켰다.
2023년과 2024년에는 항공편이 취소되고 멕시코시티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현재 화산이 초대형 폭발 단계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포포카테페틀은 약 1,300년 전 발생한 대규모 분화 이후 현재까지는 비교적 중간 규모의 활동을 반복해 왔다. 지질학자들은 미래에 대형 분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산티아고 살리친틀라 주민들의 대답은 다르다.
그들은 포포카테페틀이 아직 대재앙을 일으키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돈 고요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그것을 전설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화산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돈 고요는 단순한 신화가 아니다.
그는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이웃이며, 보호자이며,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다.
오늘도 포포카테페틀 정상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산티아고 살리친틀라 주민들은 여전히 화산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좋은 하루 되세요, 돈 고요. 오늘도 평온하게 계셔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