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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마저 축제가 되는 도시 Toluca, '망자의 날' 맞아 역사와 전통을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지

11분 전
3분 분량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멕시코주(Estado de México)의 주도 톨루카(Toluca)가 가을이면 특별한 도시로 변신한다. 오래된 건물의 아치형 회랑에는 형형색색의 해골 장식이 등장하고, 거리에는 주황빛 금잔화가 피어난다. 죽음을 슬픔만이 아닌 기억과 축제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의 전통이 도시 전체를 물들이는 계절이다.

톨루카(Toluca) 사람들은 역사적인 구도심의 아치형 회랑을 거닐며 상점과 카페를 둘러보는 일을 ‘포르탈레아르(portalear)’라고 부른다. 날씨가 춥거나 비가 내려도 회랑 아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 도시 특유의 생활문화다. 망자의 날(Día de Muertos)이 다가오면 이 오래된 산책길은 멕시코에서 가장 독특한 가을 관광명소로 바뀐다.


그 중심에는 톨루카의 대표적인 전통행사인 알페니케 박람회 및 문화축제(Feria y Festival Cultural del Alfeñique)가 있다. 올해 축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지며, 전통 과자시장과 음악공연, 민속예술, 거리 장식, 야간 묘지 탐방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알페니케(Alfeñique)는 설탕을 반죽해 해골이나 관, 동물, 꽃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 멕시코의 전통 과자다. 망자의 날을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제단인 오프렌다(ofrenda)에 올리는 대표적인 장식품이기도 하다.


톨루카의 로스 포르탈레스(Los Portales)에서는 해마다 지역 장인들이 직접 만든 알페니케를 판매한다. 올해는 84개 판매대가 들어서 설탕 해골과 초콜릿, 누가, 과일 절임, 전통 과자 등을 선보이고 있다.


관광객들은 해골에 가족이나 친구의 이름을 새긴 과자를 구입하거나 장인들이 정교한 장식을 완성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죽음을 무섭게만 여기지 않고 유머와 애정으로 표현하는 멕시코 특유의 문화가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장소다.


회랑을 벗어나 곤살레스 아라티아 광장(Plaza González Arratia)으로 향하면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린다. 광장에는 망자의 날을 상징하는 금잔화 셈파수칠(cempasúchil)이 장식되고, 커다란 해골 조형물과 사진 촬영 공간이 마련돼 있다.


헌법 보행로(Andador Constitución)에도 화려한 장식과 거대한 인형들이 등장한다. 낮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저녁에는 조명이 켜지면서 축제 분위기가 한층 짙어진다.


톨루카의 망자의 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험은 야간 묘지 탐방이다. 시내의 라 솔레다드 공동묘지(Panteón General La Soledad)에서는 톨루카의 역사적 인물들과 오래된 도시 이야기를 연극으로 재현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어둠이 내려앉은 묘지에서 안내인과 배우들을 따라 걸으며 과거 이 도시에 살았던 정치인과 예술가,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묘비와 오래된 건축물 사이로 조명이 비치고, 역사적 인물로 분장한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묘지 전체가 하나의 야외극장으로 변한다.


올해 야간 탐방은 10월 25일과 30일에도 진행되며, 오후 7시부터 순차적으로 입장할 수 있다. 무료 행사지만 관람 인원이 제한돼 있어 일찍 도착하는 편이 좋다.



축제뿐 아니라 톨루카의 평소 관광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장소는 코스모비트랄 식물원(Cosmovitral Jardín Botánico)이다. 과거 시장 건물을 개조한 이곳은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실내 식물원이 어우러진 톨루카의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특히 멕시코 예술가 레오폴도 플로레스(Leopoldo Flores)가 제작한 ‘태양의 인간(El Hombre Sol)’은 강렬한 색채와 빛의 조화로 유명하다.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이 실내를 물들이는 풍경은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도심의 톨루카 대성당(Catedral de Toluca)과 순교자 광장(Plaza de los Mártires), 오래된 골목길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화산 가운데 하나인 네바도 데 톨루카(Nevado de Toluca) 주변으로 여행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고산지역은 날씨 변화가 심하고 일부 구간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어 사전에 방문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톨루카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은 음식이다. 이 도시는 붉은색과 녹색 초리소(chorizo) 소시지로 유명하다. 고추와 향신료를 넣은 붉은 초리소와 허브를 이용한 녹색 초리소는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구운 초리소를 넣은 토르타(torta)나 타코를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전통시장에서는 옥수수 음식과 지역 특산품을 구경할 수 있으며, 쌀쌀한 고산지대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음료와 멕시코식 빵도 인기다.


톨루카는 해발 약 2,600m에 위치해 멕시코시티보다 기온이 낮은 편이다.

특히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해 외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멕시코시티에서 자동차나 시외버스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지만, 야간 축제와 묘지 탐방까지 즐기려면 하루 정도 머무는 일정이 여유롭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은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전통이다.

톨루카에서는 그 의미가 오래된 회랑과 달콤한 설탕 해골, 꽃으로 장식된 거리와 묘지의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가을의 톨루카는 단순히 축제를 구경하는 관광지가 아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마저 따뜻하고 유쾌한 멕시코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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