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상승에 쫒겨나는 원주민들, 외국인은 떠나라" 시위
- 멕시코 한인신문
- 2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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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진 젠트리피케이션 반대 시위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해가 간다는 측과 지나치다는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대통령은 시위대를 향해 자제를 촉구했다.
최근 몇 년간 멕시코시티에서 노른자위로 통하는 지역 대부분에 외국인들이 유입되면서 임대료가 수직 상승했다. 이로 인해 현지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지역으로 쫒겨나는 일이 다반사여서 외국인들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 일어난 시위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터질것이 터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조적이고, 심각하며, 비정상적인 문제, 즉 수십 년 동안 수도가 주민들을 위한 충분한 주택을 건설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외국인들의 유입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숫자는 확인해보면 엄청나다.
수십 년간의 무관심으로 누적된 주택 수요는 80만 채에 달하지만 수년간 멕시코시티는 매년 3만 가구를 멕시코 외곽으로 내쫓아 왔기 때문이다. 모두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콘데사나 로마 같은 유행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수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며, 특히 지난 20년 동안 주택 가격이 거의 5배로 치솟은 노동자 계층 지역인 이스타팔라파와 구스타보 A. 마데로 지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임대료 상승에 노동자들은 더 이상 멕시코시티에서 살 수 없게 됐다.
멕시코시티에서 거주하려면 1만 페소에서 2만 3천 페소 사이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자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멕시코시티의 주택 위기는 디지털 유목민(외국에서 유입된 재택 근무자를 지칭)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으며, 외국인이 전혀 없는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인들이 주요 표적인데 국경을 맞대고 있어 재택근무 1순위로 외국을 꼽는다면 단연 멕시코가 첫 손가락에 들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핫' 한 지역에는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등 멕시코인들을 자극한 점도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위대들은 단순한 퇴거 요구를 넘어 일부 외국인들이 운영중인 카페나 가게를 파괴하는 것으로 심리적 보상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들어 에어비엔비(공유숙박업)가 크게 증가하면서 주택난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임대료 인상에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과 공유숙박업소는 6개월만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년에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이라는 대형 행사가 있어 현실적으로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도 폭력적으로 변질된 시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통령 이전 멕시코시티 시장으로서 에어비앤비와 유네스코와 협력하여 디지털 유목민들에게 수도를 홍보했던 당사자였던만큼 지난 금요일 시위에서 나타난 "외국인 혐오 표현"에 분노하며 모든 멕시코인에게 차별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인종차별 반대, 계급차별 반대, 외국인 혐오 반대" 라면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우리는 누구도 열등하게 대할 수 없다"는 말로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시위에서 나타난 외국인 혐오 표현은 반드시 규탄받아야 한다" 면서 "정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어떤 국적이든 멕시코를 떠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지적했다.
"멕시코는 형제애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환영해 온 풍부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면서 "개방적이고 차별적이지 않은 나라" 라고 강조했다.
시위의 원인을 두고도 다른 해석을 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동산 투기 문제"라며 주로 "관광이나 3개월, 4개월, 5개월 동안 멕시코에 거주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을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아파트를 임대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가능한 외국인, 특히 미국인들의 멕시코 방문이 두드러 지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기 시작한 것으로 "멕시코에 오는 외국인들이 법을 존중한다면 우리도 차별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된다" 고 시위대를 향해 자제를 촉구했다.
2022년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었던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를 디지털 유목민, 특히 미국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에어비앤비를 홍보한 바 있는데, 당시 셰인바움 시장은 "에어비앤비와 높은 임대료가 연관되어 있다는 [정보]는 없다."라고 말해 지금과 다른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멕시코 연방정부는 멕시코시티 정부와 협력하여 콘데사와 로마와 같은 지역의 생활비가 계속 상승하여 지역 주민들이 떠나는 것을 막기위해 "규제 메커니즘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혀 정부차원에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시티에 살면서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지불하는 사람들은 물론, 매일같이 폭력적인 삶을 경험하며 대중교통에 최대 네 시간을 허비하는 도시 바깥에 사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은 이번 시위를 두고 적극적인 공감을 나타내고 있어 앞으로도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시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6위의 관광대국인 멕시코, 내년 월드컵을 계기로 5위까지 부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정부의 의지에 반해 "외국인들은 떠나라" 는 시위대의 주장에 정부의 당혹함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