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이름도 찾지 못한 죽음들, 美 애리조나 사막서 25년간 멕시코인 시신 2,014구 수습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어 ‘아메리칸 드림’을 향하던 이들이 이름조차 되찾지 못한 채 애리조나의 한 검시관실에 남아 있다. 지난 25년간 애리조나 국경지대에서 수습된 멕시코인 시신만 2천 구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일간 엘 우니베르살(El Universal)이 20일 보도한 피마 카운티 검시관실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국경을 넘다 숨진 뒤 이 지역에서 수습된 멕시코인은 2,014명​에 달했다. 과테말라 출신이 447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온두라스 82명, 엘살바도르 75명, 에콰도르 23명 등 중남미 각국 출신 희생자도 적지 않았다.


애리조나 투손에 위치한 피마 카운티 검시관실에는 지금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민자들의 유골과 유해가 보관돼 있다. 신원이 끝내 밝혀지지 않은 시신은 과거 지방 공동묘지에 무명으로 매장됐지만, 2005년 이후에는 공간과 비용 문제로 화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변경됐다. 현재 검시관실에는 신원 미상자의 유골뿐 아니라 화장된 유해도 보관돼 있다.


이들이 목숨을 잃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혹독한 사막 환경이다. 여름철 애리조나 사막의 기온은 40도를 훌쩍 넘는다. 이동 중 길을 잃거나 물이 떨어지면 심각한 탈수와 고체온증에 빠질 수 있고, 발견이 늦어질 경우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마저 어려워진다.


실제로 국경에서 발견되는 것은 온전한 시신만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지난 경우 두개골이나 치아, 일부 뼈와 옷가지 정도만 남기도 한다. 가족사진과 종교 성물, 신분증 등 생전에 지녔던 물건이 함께 발견되지만 이것만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희생자는 젊은층에 집중돼 있다. 피마 카운티 검시관실에 따르면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29세, 다음은 30~39세다. 어린이와 50대 희생자의 유해도 발견됐다. 검시관실 자료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국경을 넘기 위해 사막에 들어선 젊은 남성들이 특히 큰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신원 확인 작업은 작은 단서 하나에서 시작된다. 문신이나 수술 흔적, 신체적 특징뿐 아니라 치아의 은 장식이나 금속 보형물 등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한다. 검시관들은 DNA와 치과 기록, 소지품 등을 대조하고 멕시코 당국 및 영사관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가족을 찾는다.


하지만 가족과의 연결이 항상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당국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를 보이스피싱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사기로 오인해 가족들이 받지 않거나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검시관실은 설명했다. 휴대전화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하면서 가족 연락처를 확인할 방법이 사라지는 사례도 신원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피마 카운티 검시관인 그레고리 헤스(Gregory Hess)는 사막에서 온전한 유골을 수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사망 원인도 고체온증과 저체온증, 기존 질환, 교통사고, 추락, 낙뢰 등 다양하다. 국경 장벽을 넘다 추락해 숨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밀입국 방식도 갈수록 조직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코요테’로 불리는 밀입국 브로커가 이민자들과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경로를 지시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한 특수 덧신을 착용시키거나 물통을 검게 칠해 빛의 반사를 막고 위장복을 입게 하는 등 국경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올해 들어 상황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별도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첫 7개월 동안 애리조나 사막에서 발견된 이민자 시신은 73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구보다 약 24% 증가했다. 7월 한 달에만 19구가 발견됐으며 당시 일부 지역의 기온은 섭씨 43도를 넘었다.


피마 카운티 검시관실에 남겨진 유골과 유품 하나하나에는 국경을 넘기 전까지 각자의 삶이 있었다. 부모였고, 자녀였으며, 누군가의 형제와 자매였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향했지만 일부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고, 가족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을 마쳤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2,014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국경 통계가 아니다.

멕시코와 미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한인사회에도 익숙한 이 국경의 이면에는, 이름을 되찾아 고향의 가족에게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는 수많은 죽음이 지금도 남아 있다.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멕시코 대표 독립출판사 '에라', 66년 만에 사실상 활동 중단

멕시코 현대문학의 한 시대를 함께해온 대표적인 독립출판사 에디시오네스 에라(Ediciones Era)​가 창립 66년 만에 운영을 최소화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한 출판시장과 서점 유통망의 붕괴로 기존 방식의 출판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이후 서점 유통망 붕괴·판매량 75% 급감… 멕시코 문학사 한 축을 지켜온 출판사의

 
 

Facebook 공유하기

멕시코 한인신문사 | TEL : 5522.5026 / 5789.2967 | E-mail : haninsinmun@gmail.com

Copyright © HANINSINMUN S.A DE C.V.  All Rights Reserved.

※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한인신문사에 공식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복제 및 전재,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