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달콤한 황금' 꿀 산업…세계 시장이 주목하는 생물다양성의 선물
- 멕시코 한인신문
-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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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데킬라와 아보카도, 커피만을 수출하는 농업국가가 아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생물다양성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멕시코산 꿀 역시 국제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대표적인 농축산 수출품이다. 특히 유카탄반도를 중심으로 이어져 온 양봉은 단순한 꿀 생산을 넘어 농촌지역의 생계와 마야 문화, 생태계의 수분 활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멕시코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2025년 전국 꿀 생산량은 6만297톤으로 전년의 5만7,430톤보다 약 5% 증가했다. 2020년 5만4,122톤과 비교해도 뚜렷한 증가세다. 전국적으로 4만7천 명 이상의 생산자가 양봉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생산의 중심은 멕시코 남동부다. 2025년 기준 유카탄이 9,983톤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고 치아파스 6,071톤, 할리스코 6,029톤, 캄페체 5,653톤, 베라크루스 5,297톤이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주에서만 약 3만3천 톤이 생산돼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
특히 유카탄과 캄페체를 포함한 마야 지역은 오랜 양봉 전통과 풍부한 열대·아열대 식생을 갖추고 있어 멕시코 꿀 산업의 핵심지역으로 꼽힌다.
멕시코 꿀의 경쟁력은 생산량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멕시코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벌 종의 약 10%에 해당하는 약 2,100종의 토종 벌이 존재한다. 멕시코 국가생물다양성위원회(CONABIO)는 멕시코를 세계에서 토종 벌의 다양성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 꿀을 생산하는 벌도 45종에 달한다고 농업부는 설명한다.
국토가 사막과 고산지대에서 열대우림, 해안, 정글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는 만큼 지역마다 피는 꽃과 수목도 다르다. 벌들이 채집하는 꽃꿀의 종류가 달라지면서 꿀의 색깔과 향, 맛에도 지역적 특성이 생긴다. 이것이 멕시코산 꿀이 단순한 대량생산 농산물이 아니라 생산지역과 계절에 따라 개성이 다른 상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카탄반도의 꿀이다. 열대림과 다양한 꽃에서 생산되는 이 지역 꿀은 멕시코 국내시장뿐 아니라 유럽 수출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 2024년 멕시코의 천연꿀 국제 판매액은 5,660만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유카탄이 2,220만 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멕시코시티 852만 달러, 멕시코주 570만 달러, 캄페체 348만 달러, 누에보레온 257만 달러 순이었다. 여기서 멕시코시티와 같은 수치는 반드시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양을 뜻하기보다는 수출업체와 유통·통관 거점이 위치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멕시코 꿀의 주요 고객은 유럽과 미국이다. 2024년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독일이 1,250만 달러로 최대 시장이었고 미국 1,160만 달러, 영국 586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478만 달러, 스위스 363만 달러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세계적으로 꿀 소비와 품질 기준이 까다로운 독일이 최대 구매국이라는 점은 멕시코 꿀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멕시코 농업부 역시 자국산 꿀이 국내외 시장에서 품질과 식품 안전성(calidad e inocuidad)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꿀은 꽃의 종류와 생산지역, 수확시기, 수분 함량과 보관방식 등에 따라 품질과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수출시장에서는 생산부터 가공·포장까지 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잔류물질과 위생, 추적관리 등 수입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멕시코 꿀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멜리포나(Melipona)다.
유카탄의 마야인들은 유럽산 꿀벌이 아메리카 대륙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침이 없는 토종 벌을 길러왔다. 멜리포나 벌을 이용한 전통 양봉인 ‘멜리포니쿨투라(meliponicultura)’는 지금도 유카탄반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토종 벌인 Melipona beecheii와 관련된 꿀은 유카탄에서 ‘Xunán Kab’ 문화와 연결돼 있으며, 생산량이 일반적인 서양종 꿀벌보다 적어 희소성이 높다.

멜리포나를 비롯한 토종 벌의 꿀과 꽃가루, 밀랍은 일부 원주민 공동체와 농촌지역에서 오랫동안 식품뿐 아니라 전통문화와 민간요법 등에 사용돼 왔다. CONABIO 역시 멕시코 토종 벌의 생산물이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유산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벌의 경제적 가치를 꿀 생산량만으로 평가하면 훨씬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벌이 수행하는 수분(受粉·pollination) 기능 때문이다.
CONABIO에 따르면 인간이 식량으로 이용하는 식물 가운데 적어도 80%는 벌을 비롯한 다양한 수분매개자의 활동에 의존한다. 벌들은 꽃에서 꽃으로 이동하며 식물의 번식을 돕고 과일과 채소, 종자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양봉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꿀 생산자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멕시코 농업과 식량안보,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멕시코 정부가 최근 농업과 양봉의 공존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부는 농약의 올바른 사용과 관리를 통해 농업생산과 양봉이 함께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림 훼손, 농약 사용, 서식지 감소는 모두 벌 개체군과 꿀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특히 유카탄과 캄페체의 전통 양봉지역에서는 농업 방식의 변화와 산림 감소가 장기적인 과제로 꼽힌다. 꿀의 품질은 결국 벌이 활동하는 주변 환경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꽃과 숲이 사라지면 벌의 먹이가 줄어들 뿐 아니라 멕시코산 꿀이 가진 독특한 향과 특성도 함께 약해질 수 있다.
멕시코 꿀 산업에는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는 상당량이 원료 형태의 천연꿀로 해외시장에 판매됐지만 앞으로는 생산지와 꽃의 종류, 토종 벌, 마야 양봉문화 등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발전시킬 여지가 크다. 일반 꿀과 희소성이 높은 멜리포나 꿀을 구분하고 생산지역과 식생, 생산자를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한다면 멕시코 꿀을 단순한 농산물에서 프리미엄 식품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수출시장도 계속 주목할 만하다. 멕시코 경제부 Data México 자료에는 2026년에도 천연꿀 수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2026년 2분기 수출액이 약 1,000만 달러, 이 가운데 유카탄이 약 576만 달러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유카탄이 생산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멕시코 꿀 산업의 중심지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다.
결국 멕시코의 꿀 한 병에는 단순히 달콤한 식품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
2025년 6만 톤을 넘어선 생산량과 해외 수출 실적 뒤에는 4만7천 명이 넘는 생산자들이 있고, 그 뒤에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약 2,100종의 토종 벌과 방대한 식물 생태계가 존재한다.
멕시코가 세계 꿀 시장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결국 이 생태적 기반을 지키는 일이다. 숲과 꽃이 살아 있어야 벌이 살아남고, 벌이 살아 있어야 농업과 꿀 산업도 지속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멕시코산 꿀은 이 나라의 생물다양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맛볼 수 있는 농산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