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최대 호수 차팔라 호숫가 7개 포도원, 새로운 와인 관광지로 부상

멕시코 최대 담수호인 할리스코주 차팔라 호수(Lago de Chapala) 주변이 새로운 와인 산지로 떠오르고 있다. 온화한 기후와 높은 해발고도, 화산성 토양이 포도 재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현재 호숫가에는 7개의 포도원이 자리 잡았고 추가 포도원 개발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뉴스데일리(Mexico News Daily)가 소개한 차팔라 와인 산업의 대표적인 개척자는 핀카 라 에스트라만시아(Finca La Estramancia)를 운영하는 헤라르도 토레스 곤살레스(Gerardo Torres González)와 부인 아나 마리아(Ana María) 부부다.
에스트라만시아는 차팔라 호수 남쪽 산루이스 소야틀란(San Luis Soyatlán)에서 동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북쪽 호숫가에서는 배를 이용해 접근할 수도 있어 최근 와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부티크 포도원 가운데 하나가 됐다.
토레스가 포도 재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변호사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그는 50세 무렵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부인과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웠던 차팔라로 돌아가 과달라하라를 떠나 호숫가에서 살기로 한 것이다.
당초 차팔라 북쪽 지역을 고려했지만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자 부부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남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서 가시가 많은 아카시아 계열의 '위사체(huisache)' 나무로 뒤덮인 작은 땅을 구입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포도원에 대한 구상은 이후 독일 여행에서 구체화됐다. 부부가 라인강을 여행하던 중 토레스는 차팔라 호수를 둘러싼 언덕 전체가 포도밭으로 뒤덮인 꿈을 꾸었다. 독일 라인강 주변에 펼쳐진 포도밭과 같은 풍경을 차팔라에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멕시코로 돌아온 뒤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계획을 이야기하자 대부분 "미쳤다(Estás loco)"며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나 토레스는 시험 삼아 템프라니요(Tempranillo) 포도나무 100그루를 구해 심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포도나무는 차팔라의 기후와 토양에 빠르게 적응했고 많은 포도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템프라니요가 잘 자라 연간 두 차례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재배 환경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와인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포도 재배 경험조차 거의 없었던 부부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며 와인 제조법을 익혔다. 첫 수확 때에는 포도를 커다란 포솔레(pozole) 조리용 냄비에 넣고 직접 발로 밟아 으깬 뒤 설탕을 넣고 약 3개월 동안 발효시켰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술은 단맛이 강한 포트와인과 비슷했다. 토레스는 당시 생산한 와인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일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케레타로의 유명 와이너리 프레시네(Freixenet)를 찾아가 전문적인 와인 생산 방법을 배우고 향후 포도 수확물을 가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작은 실험으로 시작했던 포도원은 현재 약 1만 그루 규모로 성장했다. 재배 품종도 템프라니요에서 시라(Syrah), 말벡(Malbec), 그르나슈(Grenache),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등으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화이트와인 생산을 위해 알바리뇨(Albariño) 품종도 추가했다.
포도원 이름인 'Estramancia'에도 이러한 역사가 담겨 있다. 주변 사람들이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포도원 계획을 빗대어 토레스가 일종의 '엄청나게 엉뚱하고 미친 생각'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에스트라만시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단순히 와인을 시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과 와인을 결합한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인 아나 마리아가 직접 음식 페어링을 담당한다. 스페인식 토르티야와 치즈, 육가공품, 호두와 로즈메리, 라벤더 꿀, 포도로 만든 잼, 직접 만든 올리브오일과 식초 등을 와인과 함께 제공한다. 특히 포도잼은 아나 마리아가 직접 만들어 연간 2,000~3,000병을 생산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차팔라 호수 남쪽의 와인 산업은 에스트라만시아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에스트라만시아에서 남서쪽으로 약 3㎞ 떨어진 곳에는 비녜도스 엘 테혼(Viñedos El Tejón)이 있다. 이 포도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서 일했던 포도 접목 전문가 세라피오 루이스(Serapio Ruiz)가 운영하고 있다. 산루이스 소야틀란 일대에는 라파엘 바르가스(Rafael Vargas)의 카바 찰루포(Cava Chalupo), 브렌다 캄포스와 빅토르 카스타녜다가 운영하는 크로탈브스(Crotalvs), 크리스티나 카스타녜다의 비녜도 리투알리스타(Viñedo Ritualista) 등도 들어서 있다.
차팔라 남쪽 툭스쿠에카(Tuxcueca) 인근에서는 소믈리에 실비아 펜스키(Sylvia Penski)가 카바 포스트 다타(Cava Post Data)에서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한 방식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소규모 와이너리가 잇따라 자리 잡으면서 차팔라는 멕시코의 기존 대표 와인 산지인 바하칼리포르니아의 바예 데 과달루페(Valle de Guadalupe)나 케레타로와는 다른 성격의 새로운 와인 관광지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차팔라는 과달라하라에서 접근하기 쉽고, 호수와 산, 포도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포도원 시음뿐 아니라 보트 이동과 호숫가 관광, 현지 음식 등을 결합할 수 있어 관광산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크다. 이미 일부 포도원에서는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포도원을 둘러본 뒤에는 산루이스 소야틀란에서 약 2.4㎞ 떨어진 미라도르 엘 살토(Mirador El Salto)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이곳에서는 차팔라 호수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우기에는 두 개의 작은 폭포도 볼 수 있다.
한때 한 변호사의 '엉뚱한 꿈'에서 시작된 차팔라의 포도 재배는 이제 여러 생산자가 참여하는 지역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7개 포도원이 자리 잡고 추가 개발까지 이어지면서, 차팔라 호수가 할리스코의 데킬라에 이어 또 하나의 주류·미식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