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체육계 또 부패 의혹…태권도 세계선수권 지원금 6,500만 페소 사용처 불분명

멕시코 연방감사원(ASF)이 아나 가브리엘라 게바라(Ana Gabriela Guevara) 전 국가체육위원회(CONADE) 위원장 재임 당시 발생한 공공자금 집행 비리 의혹과 관련해 다섯 번째 형사고발을 제기했다. 이번에는 2022년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지원금 가운데 약 6,500만 페소의 사용 내역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사실이 핵심으로 지목됐다.
ASF는 지난 8월 28일 연방검찰청(FGR) 산하 반부패특별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번 고발은 2022년도 연방정부 결산에 대한 제67호 포렌식 감사 결과에서 비롯됐다.
감사에서는 CONADE가 스포츠연맹과 일부 정부기관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해당 기관들이 다시 민간업체에 각종 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실제 서비스가 제공됐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가장 큰 규모로 문제가 된 것은 멕시코태권도연맹(Federación Mexicana de Taekwondo)에 지급된 자금이다.
CONADE는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를 위해 연맹에 약 7,300만 페소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약 6,500만 페소에 해당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태권도연맹과 계약업체들이 실제 업무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는 충분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 결과 나타났다.
문제가 된 비용에는 심판 운영을 비롯해 선수단 및 관계자 수송, 케이터링, 경기 영상촬영, TV 신호 제작, 무대 설치와 장식, 인터넷, 청소 및 민간경비 등 국제대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서비스가 포함됐다.
특히 감사원이 주목한 것은 계약을 받은 업체들의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이었다.
VPN Options와 Comercio al Por Mayor Punta Coyote라는 두 업체는 각각 등록된 직원이 단 1명에 불과했음에도 세계선수권대회의 인터넷 서비스, 영상촬영 및 방송신호 제작, 청소와 경비 등 상당한 인력이 필요한 업무를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무는 다시 다른 업체에 재하청됐지만, ASF는 실제 서비스가 계약대로 제공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판과 의료진, 식사, 개·폐회식, 스포츠 장비 등 일부 항목에서는 당초 승인된 금액을 초과한 지출도 발견됐다. 그럼에도 CONADE 관계자들이 제출된 비용 정산을 승인한 정황이 감사 과정에서 지적됐다.
ASF는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로 법적 절차에 참여하면서 약 1,900만 페소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6,500만 페소 전액이 횡령됐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확인된 핵심은 해당 금액과 관련한 서비스의 이행 여부를 충분한 서류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실제 형사범죄가 있었는지와 개별 책임자는 앞으로 FGR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게바라 전 위원장 시절 CONADE의 자금운용을 둘러싼 일련의 의혹 가운데 하나다.
ASF는 2019년과 2020년, 2022년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4건의 포렌식 감사를 토대로 지금까지 모두 5건의 형사고발을 제기했다. 첫 고발은 2023년, 2건은 2024년, 네 번째는 2025년에 이뤄졌으며 이번 태권도 관련 건이 다섯 번째다.
이들 4건의 감사에서 CONADE가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 금액을 합하면 약 5억4,400만 페소에 달한다. 감사에서는 지출 증빙 부족뿐 아니라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선수·지도자 지원금, 승인액을 초과한 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문제가 발견됐다.
2022년 감사 한 건에서만 약 2억3,050만 페소 규모의 불일치 또는 미해명 사항이 발견됐으며, 태권도 세계선수권 관련 자금은 그 가운데 규모가 큰 사례로 분류됐다. 이 밖에도 시날로아, 틀락스칼라, 소노라의 체육기관과 멕시코배구연맹 등에 지급된 자금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게바라는 멕시코 육상의 전설적인 선수 출신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후 정치권에 진출해 2018년부터 2024년까지 CONADE를 이끌었다. 그러나 재임기간 동안 선수 지원정책과 예산집행 등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게바라가 이끌던 CONADE는 과거 ASF 감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이나 기관이 이미 자금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2024년 CONADE는 당시 ASF 보고서가 개선 권고와 소명 요구 등을 담은 감사 결과일 뿐 그 자체가 형사고발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관련 보도를 “잘못된 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ASF가 실제로 형사고발 절차를 잇달아 밟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번 사건까지 포함하면 게바라 재임기간 CONADE 운영과 관련해 ASF가 제기한 형사고발은 모두 5건으로 늘었다.
다만 현 단계에서 이를 게바라 개인의 횡령이나 유죄가 확정된 사건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ASF의 형사고발은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정황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이며, FGR이 자금 흐름과 계약 과정, 관련 공무원 및 업체들의 역할을 조사해 구체적인 형사책임자를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스포츠 행정의 투명성 문제뿐 아니라 한국에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행사가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의 세계 최고 권위 대회 가운데 하나인 2022 과달라하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주관으로 2022년 11월 과달라하라에서 개최됐으며 세계 각국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했다. 게바라 당시 CONADE 위원장 역시 대회를 멕시코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으로 향하는 중요한 무대로 평가하며 대회 개최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화려한 국제 스포츠 행사 뒤에서 수천만 페소의 공공자금이 실제 어떤 업체에 지급됐고 계약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됐는지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제 사건의 초점은 FGR 수사로 넘어갔다.
특히 검찰이 6,500만 페소의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계약업체의 실체, CONADE 및 멕시코태권도연맹 관계자들의 승인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