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가짜 세금계산서' 탈세 연간 1조4,500억 페소

멕시코에서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CFDI)를 발행하는 이른바 ‘가짜 세금계산서(facturación simulada)’ 네트워크로 인한 탈세 규모가 연간 1조4,500억 페소(1.45 billones de pesos)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멕시코 하원은 2027년 경제패키지(Paquete Económico 2027) 제출을 앞두고 가짜 세금계산서와 유령회사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원 재무위원회 산하 연방세법 개선 실무그룹(Grupo de Trabajo de Mejoras al Código Fiscal de la Federación)은 현재 멕시코의 가짜 세금계산서 네트워크를 통해 움직이는 자금이 3조1,000억 페소 이상이며, 이로 인해 국고에서 빠져나가는 세금이 약 1조4,500억 페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5년 연방세입법에서 예상한 전체 조세수입의 약 27%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다만 1조4,500억 페소는 SAT가 실제 세무조사를 통해 확정한 추징액이나 손실액이 아니라, 하원 실무그룹이 가짜 세금계산서 네트워크의 전체 규모를 토대로 산출한 추정치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실무그룹을 이끄는 집권당 모레나(Morena)의 알폰소 라미레스 쿠에야르(Alfonso Ramírez Cuéllar) 하원의원은 가짜 세금계산서를 통한 탈세가 단순한 세법 위반을 넘어 국가 재정과 공공서비스를 직접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고에서 사라지는 돈은 결국 보건과 교육, 사회기반시설 등에 사용되지 못한다며, 이러한 탈세가 사회적 불평등과 공공서비스 부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에서 이른바 ‘facturera’로 불리는 업체들은 실제 상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이 없었음에도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CFDI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CFDI가 단순히 위조된 종이 영수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SAT 시스템상 정상적으로 발급된 전자세금계산서라도 그 뒤에 실제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operación simulada’ 또는 ‘operación inexistente’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를 구매한 기업은 가공 비용을 계상해 과세표준을 낮추거나 부가가치세(IVA) 공제를 받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다.
SAT가 과거 적발한 규모도 상당하다.
하원 자료에 따르면 SAT는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8,204개의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업체를 적발했다. 이들이 발행한 허위 CFDI는 약 880만 건으로, 계산서에 기재된 총액은 약 1조6,000억 페소에 달했다. 당시 이들 거래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 탈세 규모만도 약 3,540억 페소였다.
문제는 가짜 세금계산서가 민간기업 사이에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멕시코 연방감사원(ASF)은 적어도 13개 주에서 유령 공급업체(proveedores fantasma) 네트워크가 공공계약에 이용된 사례를 확인했다. 하원 자료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금액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140억 페소 이상, 공공사업에서 100억 페소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하원에서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업체뿐 아니라 이를 구입해 허위 비용으로 공제하는 기업과 개인, 유령회사 설립을 돕는 관계자, 가짜 업체와 계약하는 지방정부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논의 중인 방안에는 가짜 거래를 공제한 납세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유령회사 설립을 도운 공증인 등 관계자의 연대책임 검토, SAT·금융정보분석원(UIF)·연방검찰청(FGR) 간 정보공유 강화 등이 포함됐다.
또 탈세 내부고발자의 신원을 보다 철저하게 보호하고 보복을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안전하게 세금 관련 범죄를 신고할 수 있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원 실무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연방세법(Código Fiscal de la Federación·CFF)의 구조 자체를 손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미 폐지된 약 80개 조항을 정리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된 약 140개 조항을 단순화해 납세자가 이해하기 쉬운 체계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세무조사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문제도 개혁안에 포함됐다. 당국이 AI와 알고리즘을 탈세 탐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AI가 완전히 자동으로 세금 부과나 추징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사람이 검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납세자에게는 알고리즘이 어떤 구체적인 이상 징후를 발견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표는 2027년 경제패키지가 9월 8일 화요일 오후 6시 하원에 제출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모레나 하원 원내대표 리카르도 몬레알(Ricardo Monreal)은 에드가르 아마도르 사모라(Edgar Amador Zamora) 재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며, 2027년 경제패키지에는 탈세(evasión fiscal)와 조세회피(elusión fiscal), 특히 가짜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탈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새로운 세금을 신설할 계획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세율을 올리거나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탈세를 차단해 세수를 확보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가짜 세금계산서 문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2014년 이후 수많은 의심 기업이 적발됐지만 실제 형사처벌과 사법처리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공개된 관련 분석에서도 당국이 가짜 세금계산서 업체를 찾아내는 능력보다 적발 이후 실제 사법처리하는 과정이 더 큰 취약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오는 8일 제출되는 2027년 경제패키지와 이후 연방세법 개정안에 가짜 세금계산서 발행자와 이를 이용한 납세자에 대한 처벌 및 조사 권한이 어느 수준까지 강화될지가 멕시코 기업과 회계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