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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체로'를 넘어…베라크루스, 멕시코 커피의 수도에서 스페셜티 문화 중심지로


멕시코에서 가장 오랜 커피 역사와 문화를 가진 베라크루스가 전통적인 ‘카페 레체로(café lechero)’의 고장을 넘어 새로운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변하고 있다. 커피 산지와 로스터, 바리스타, 현대적인 카페가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면서 베라크루스의 커피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베라크루스와 커피의 인연은 1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인들이 커피를 들여온 이후 비옥한 화산성 토양과 고지대 기후를 갖춘 코아테펙(Coatepec), 우아투스코(Huatusco), 코르도바(Córdoba) 등을 중심으로 재배가 확산됐고, 오늘날까지 멕시코를 대표하는 커피 산지로 자리 잡고 있다.


베라크루스항을 상징하는 커피는 단연 ‘레체로’다.

진한 커피가 담긴 유리잔에 뜨거운 우유를 높은 곳에서 따라 만드는 방식으로, 특히 유서 깊은 Gran Café de la Parroquia의 레체로가 유명하다. 손님이 숟가락으로 잔을 두드리면 종업원이 다가와 우유를 따라주는 독특한 방식은 관광객들이 찾는 하나의 문화적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베라크루스의 젊은 커피업계는 이 전통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원두의 생산지역과 품종, 고도, 가공방식을 세분화하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카페들이 늘어나면서 커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산지와 생산자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상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변화에서 베라크루스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커피가 생산되는 농장과 소비자가 커피를 마시는 도시가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도시의 카페에서 불과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농장에서 재배된 원두를 맛볼 수 있고, 직접 농장을 방문해 수확과 가공 과정을 경험하는 커피 관광도 성장하고 있다.

반면 생산농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후변화와 생산비 상승, 세계적인 수요 증가 속에서 전통적인 재배 방식을 유지하면서 고품질 원두를 생산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베라크루스의 새로운 커피 문화는 단순히 세련된 카페가 늘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생산자에게 더 높은 가치를 돌려주고 지역 커피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과제와도 연결돼 있다. 


결국 베라크루스 커피의 힘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는 데 있다. 200년 넘게 이어진 레체로의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세대의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이 지역 원두의 품질과 개성을 재발견하고 있다. ‘멕시코 커피의 고향’이었던 베라크루스가 이제는 멕시코 현대 커피문화를 이끄는 지역으로 다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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