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심장에서 솟아나는 증기, 멕시코 중부의 숨겨진 '지열왕국'
- 멕시코 한인신문
- 2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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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중부 고원지대에는 사막과 화산, 와인과 온천이 공존하는 독특한 지역이 있다. 바로 케레타로(Querétaro)와 이달고(Hidalgo) 주 경계 일대다.
이곳에는 멕시코인들이 “중부 최고의 천연 온천지대”라고 부르는 여러 온천이 밀집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케레타로의 관광도시 테키스키아판(Tequisquiapan)과 인근 이달고 주의 유명 지열온천 ‘엘 헤이세르(El Geiser)’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멕시코 국내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지역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웰니스 관광”의 핵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화산지대에서 솟아나는 고온의 증기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온천수는 멕시코 전역에서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화산이 남긴 선물, 엘 헤이세르 온천의 탄생
엘 헤이세르 온천은 행정구역상 이달고(Hidalgo) 주 테코사우틀라(Tecozautla)에 위치해 있지만, 케레타로의 테키스키아판과 함께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여 움직인다. 케레타로 시내에서 약 1시간, 멕시코시티에서는 약 2시간 거리다.
이 지역의 지열 활동은 수백만 년 전 멕시코 중앙화산축(Trans-Mexican Volcanic Belt) 형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멕시코 중부는 태평양 코코스판(Cocos Plate)이 북미판 아래로 섭입하면서 강력한 화산 활동이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지하 깊은 곳에 고온의 열수층이 형성됐다.
엘 헤이세르의 경우 완전한 “분출형 간헐천”이라기보다는 지열 증기 배출구에 가까운 형태다. 지하에서 가열된 물과 증기가 암반 틈을 통해 강하게 분출되며, 이 증기는 최고 섭씨 95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관광객들이 보는 거대한 증기 기둥은 자연 분출구를 인공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증기 압력이 매우 강해 멀리서도 흰 연기 기둥이 보이며, 특히 새벽과 겨울철에는 마치 화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원주민 시대부터 이어진 ‘치유의 물’
테키스키아판과 테코사우틀라 일대의 온천 역사는 스페인 식민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역에는 오토미(Otomí)족과 치치메카(Chichimeca) 계열 원주민들이 거주했는데, 이들은 이미 천연 온천수를 치료와 의식에 활용하고 있었다.
테키스키아판이라는 이름 자체도 나우아틀어 계통에서 유래했으며, “광물성 소금이 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지역이 오래전부터 미네랄과 온천수로 유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후에는 이곳 온천이 휴양과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멕시코 상류층과 정치인들이 방문하기 시작했고, 멕시코 혁명 이후에는 중산층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멕시코 혁명 지도자이자 대통령이었던 베누스티아노 카란사(Venustiano Carranza) 역시 케레타로 헌법 제정을 위해 이동하던 시기 이 지역 온천을 찾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하 2km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물
전문가들에 따르면 엘 헤이세르 지역의 온천수는 지하 깊은 곳에서 화산열에 의해 가열된 뒤 단층과 암반 균열을 따라 지표로 올라온다. 온천수에는 황(Sulfur),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등의 광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특유의 유황 냄새가 난다.
현지에서는 피부질환, 근육통, 관절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만 의학적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 검증이 모두 완료된 것은 아니다. 엘 헤이세르 온천수의 평균 수온은 시설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38~60도 수준이다. 일부 증기 배출구는 90도를 넘기 때문에 접근이 제한된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루 수천 톤 규모의 온천수가 자연 순환 방식으로 공급되며, 별도의 인공 가열 시스템 없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멕시코 중부 고원 특성상, 따뜻한 온천과 차가운 공기의 대비가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곳은 “별을 보며 즐기는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중부 최대 온천 관광지
엘 헤이세르와 테키스키아판 일대 온천단지는 멕시코 국내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다. 공식 통계는 시기별 차이가 있지만, 현지 관광업계에서는 연간 수십만 명 규모의 방문객이 찾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성수기인 세마나 산타(Semana Santa·부활절 연휴), 여름방학, 연말 시즌에는 숙박시설 예약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붐빈다.
관광객 대부분은 멕시코시티, 케레타로, 이달고, 과나후아토 등 중부지역에서 오지만,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 거주 멕시코계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엘 헤이세르 리조트는 24시간 연중무휴 운영을 내세우고 있으며, 캠핑장과 호텔, 스파, 마사지 시설까지 함께 운영한다.
온천과 와인이 공존하는 도시, 테키스키아판
테키스키아판은 단순한 온천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멕시코 중부 와인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다.
케레타로 주는 멕시코 스파클링 와인 생산으로 유명하며, 테키스키아판 주변에는 프레시넷(Freixenet), 라 레돈다(La Redonda) 등 대형 와이너리가 밀집해 있다. 온천 관광과 와인 관광이 결합되면서 지역 경제도 빠르게 성장했다.
또한 이곳은 ‘푸에블로 마히코(Pueblo Mágico)’로 지정된 관광도시답게 식민지 시대 건축물과 돌길, 광장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현지 주민들은 “낮에는 와이너리 투어를 하고, 밤에는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이 테키스키아판 여행의 정석”이라고 말한다.
물 부족과 지하수 고갈이라는 그림자
그러나 온천 관광의 성장 뒤에는 심각한 환경 문제도 존재한다. 테키스키아판 일대는 최근 수년간 지하수 고갈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도시 개발과 관광시설 증가로 지하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천연 온천은 이미 수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이 계속될 경우 향후 수십 년 안에 일부 온천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올해 초 엘 헤이세르에서는 증기 압력 저하 현상이 발생해 관광객 대피와 안전 점검이 진행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한 지열 관광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광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 헤이세르와 테키스키아판 일대 온천단지는 멕시코 국내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여행지다. 이곳은 ‘푸에블로 마히코(Pueblo Mágico 마법의 마을)’로 지정된 관광도시답게 식민지 시대 건축물과 돌길, 광장 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온천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멕시코 전국의 대표 온천지대는 어디인가
멕시코는 세계적인 화산지대답게 전국 곳곳에 유명 온천이 분포해 있다. 특히 중부 고원과 태평양 화산지대에 온천이 집중돼 있다.
1. 이달고(Hidalgo) 주
엘 헤이세르 외에도 톨란통고(Grutas de Tolantongo)가 세계적인 명소다. 협곡 사이를 흐르는 에메랄드빛 온천강과 절벽 온천으로 유명하다.
2. 케레타로(Querétaro) 주
테키스키아판, 테르마스 델 레이(Termas del Rey), 라 베가(La Vega) 등이 유명하다. 와인 관광과 결합된 것이 특징이다.
3. 미초아칸(Michoacán) 주
로스 아수프레스(Los Azufres)는 멕시코 최대 지열발전지대 중 하나다. 화산과 온천, 증기 분출지대가 함께 존재한다.
4. 할리스코(Jalisco) 주
푸에르토 바야르타 인근과 과달라하라 외곽에는 화산지열 기반 온천 리조트가 많다. 특히 산후안 코살라(San Juan Cosalá)가 유명하다.
5.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멕시코 북서부 사막지대에도 천연 온천이 존재한다. 과달루페 밸리 와인산지 주변 온천 리조트가 대표적이다.
웰니스 관광 시대, 멕시코 온천산업의 미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멕시코 관광산업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자연휴양과 웰니스 관광이 있다. 특히 도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휴식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천 관광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케레타로와 이달고의 온천지대는 단순한 워터파크가 아니라, 멕시코 중부 화산지대의 지질학과 역사, 원주민 문화, 현대 관광산업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수백만 년 전 화산 활동이 남긴 뜨거운 물은 오늘날 멕시코인들에게 휴식과 치유, 그리고 거대한 관광산업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테키스키아판과 엘 헤이세르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증기는 단순한 수증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멕시코 대지의 숨결이다.
이곳은, 주말 하루 일정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여서 한국 교민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번 주에는 한 주의 쌓인 피로를 단번에 날릴수 있는 헤이셀 온천으로 향해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