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2시간씩 주 3일 일하고 75세에 은퇴해야"…카를로스 슬림 발언 다시 논란
- 멕시코 한인신문
- 1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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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노동시간 단축 논의 정면 반박…“더 오래 일해야 일자리도 늘어난다”
멕시코 재계의 상징적 인물인 카를로스 슬림이 다시 한 번 노동시장 개편론의 중심에 섰다. 슬림은 “하루 12시간씩 주 3일 일하고 75세에 은퇴해야 한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하며, 멕시코에서 추진 중인 주 40시간 노동제 논의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발언은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생산성과 삶의 질, 연금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슬림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는 2020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노동제도 개편 구상을 제시한 바 있으며, 이후 여러 공개 석상에서 같은 논리를 반복해 왔다. 그의 핵심 논리는 단순하다. 근로자들이 일주일 내내 짧게 나눠 일하는 대신, 하루 노동시간을 11시간에서 12시간 수준으로 늘려 사흘 정도 집중적으로 일하면 남는 시간은 휴식과 자기계발, 가족생활에 쓸 수 있고, 기업은 교대 형태로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근무일은 줄이고, 근무시간은 늘리자”는 발상이다.
그는 이와 함께 은퇴 연령도 대폭 늦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슬림은 평균 수명이 과거보다 길어졌고, 조기 은퇴 중심의 기존 연금 체계는 국가 재정과 기업 부담을 동시에 키운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60세나 65세가 아닌 75세 전후까지 경제활동을 이어가야 연금 시스템도 버틸 수 있고, 사회 전체의 생산 기반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오래 일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은 현재 멕시코 사회에서 진행 중인 노동개혁 논의와 직접 맞부딪힌다. 멕시코에서는 법정 주당 노동시간을 현행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이 오랜 기간 논의돼 왔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를 삶의 질 개선과 국제적 기준에 맞춘 최소한의 개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슬림은 이런 흐름에 대해 “노동시간을 줄이면 임금과 생산성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을 보여 왔다. 그의 발언을 인용한 현지 보도들은 슬림이 “48시간 일하고 더 많이 버는 편이 40시간 일하고 덜 버는 것보다 낫다”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슬림의 발언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처럼 장시간 운영이 필요한 업종에서는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교대 인력을 늘리는 방식이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멕시코처럼 비공식 노동 비중이 높고 연금 재정 기반이 취약한 나라에서는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슬림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이 정치적으로는 인기 있을지 몰라도, 경제 구조와 재정 현실을 무시한 채 추진되면 결국 일자리와 임금, 연금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판도 거세다. 노동단체와 사회정책 전문가들은 하루 12시간 노동이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극단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고, 특히 서비스업, 건설업, 제조업처럼 현장 노동 강도가 높은 직종에서는 사실상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75세 은퇴는 사무직과 자산가 중심의 시각일 뿐, 실제 현장 노동자나 저소득층에게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박이 나온다. 평균 수명이 늘었다고 해도, 건강 상태와 노동 가능 연령은 계층과 직종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슬림의 제안은 “모두를 위한 해법”이 아니라 “일부를 기준으로 한 재계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슬림의 발언은 단지 한 재벌의 돌출 발언이 아니라, 멕시코 사회가 앞으로 어떤 노동 모델을 선택할 것인가를 둘러싼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생산성과 연금 지속 가능성을 이유로 더 오래, 더 집중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받아들일 것인지가 쟁점이다. 특히 고령화와 연금 부담, 청년 일자리 부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논쟁은 앞으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카를로스 슬림의 제안은 멕시코 노동시장의 미래를 둘러싼 상반된 가치의 충돌을 상징한다. 한쪽은 효율과 지속 가능성을 말하고, 다른 한쪽은 노동권과 삶의 질을 강조한다. 슬림의 발언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더라도, 멕시코 사회가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바꾸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논쟁적 신호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