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13%대 법관 선거에 "멕시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 비판
- 멕시코 한인신문
- 2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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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멕시코 사법부 선거(Poder Judicial)가 어제(1일) 치러졌다. 총 9,770만 명의 유권자 중 약 1,3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여 잠정 투표율 13%대로 사실상 민주적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2024년 대선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61%인 6,011만명이 투표한 것에 비하면 이번 선거가 얼마나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총 투표소는 전국에 걸쳐 8만개로 작년 대선에 설치되었던 17만개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이 가운데 50개 투표소는 갱단의 방해로 폐쇄되었다. 10여군데는 아예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투표율이 저조했을까?
먼저,가장 큰 이유로는 국민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다.
선거가 있기 며칠전까지 "이번 선거에 대해 알고 있는지? 선거일이 언제인지?" 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모른다" 고 여론조사에서 답한 것으로 나타나 투표율 저조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두번째로는, 대법관/Ministro 9명, 고법판사 Magistrado 486명, 지법판사 Juez 386명 등 총 881명의 판사를 선출하게 되는 이번 선거는 투표용지에 이들을 모두 기억해야 투표가 가능할 정도로 후보자가 많아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찍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9장 받았는데 각 장마다 많게는 60여명의 후보자의 명단이 적혀있어 젊은층을 기준으로 투표에만 약 30분이 소요될 정도로 복잡해 고령층은 아예 투표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후보자를 모두 인식하고 투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세번째로는, 야당의 반대 여론 조성이다.
법안이 의회에 상정될때부터 영구 집권을 위해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시도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의회 의원수에 밀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주저앉은 야당은 '선거 보이콧' 을 계속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의 불참으로 투표율 저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와 여당은 집권당 조직을 총 동원하여 투표 참여를 독려했으며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을 상대로 압박에 가까운 여론 조성을 통해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위는 유권자가 받은 투표용지의 일부다. 수십명의 후보자를 두고 직능별로 지역별로 구분해서 기표해야 한다. 실제 투표를 한 젊은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소 25분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인지 모르고 투표하는 '깜깜이 선거' 에 오직 여당소속 판사 후보자들에게 투표를 하도록 강요 받으면서 사실상 '공정한 민주선거'는 빛이 바랬다. '세계 최초 판사전원 직접선거' 라며 홍보에 나섰던 정부, 여당은 자신들의 지지세력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저조한 투표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있어 멕시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현 집권당의 '영구집권' 시나리오의 첫 단계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선거과정에서 부정논란도 상당하다.
투표소마다 텅 비어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받은 것은 물론, 'Acordeones' 로 불리는, 누구를 찍을지 번호가 매겨진 홍보물을 SNS를 통해 여당 지지자들에게 대량으로 배포하는 등 조직적, 노골적인 집권당의 관권선거가 선거일 하루 전까지 계속되었다는 점이 큰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출마 후보자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집권당과 연계된 인물을 찍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사실상 여당소속 판사를 선출한 셈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 뜻을 위장한 기술적 쿠데타" 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사법부의 독립성, 정치적, 형사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법관이 정치, 이념적 동조 세력인 집권당과 밀착하여 국민들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 했다는 것이다.
최종 투표율은 6월15일로 잠정 결정된 상태다.
대선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 투표에 참가했음에도 이같은 개표 지연에 대해 다수의 후보자와 지역별, 직군별 당선자를 가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앙 선관위의 해명이지만 이를 두고도 야당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이번처럼 아주 낮은 투표율에 대해 과연 정당성 있는 후보자 선출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대통령 선거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40% 이하의 투표율일 경우 선거 결과가 취소되지만 이번 경우처럼 판사선출 선거에서는 관련 규정이 없어 앞으로 상당한 기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여당은 그대로 밀어부칠 태세다.
특히, 후보자 대부분이 여당추천이나 관련 인사들이 출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법정에서 판결하는 사건에 대해 과연 공정성이 담보되었는지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마약조직과 연계된 인물이나 과거 관련 범죄 경력자도 상당수 출마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 후보만 출마하여 '출마-당선' 인 경우도 많아 법관으로 활동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정치적 편향성, 범죄경력 등으로 인한 법관 불신과 불복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의미로 사법부가 '정치 재판소' 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두고 '멕시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라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임기내내 대법원과 충돌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었던 前대통령 AMLO는 "부패한 판사를 물갈이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추진, 현 정부에 '과업완수(?)를 주문하고 물러났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모레나 집권당이 "국민 절반이 개혁법안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며 일방적, 다수결로 이를 법제화하여 선거까지 이어졌지만 10%대의 낮은 투표율로 그동안의 주장이 무색하게 됐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는 대내외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러진 멕시코 판사선출 직접선거는 권력집중을 위한 공공자원의 오용과 남용의 결과로 "정의는 투표로 결정하는게 아니다" 라는 우리들의 상식을 뒤엎은, 멕시코 정치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