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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 채가 가족을 갈라놓는다" … 멕시코 노인 재산 강탈의 민낯, 자녀가 가장 큰 가해자


멕시코에서 노년은 더 이상 평온한 은퇴의 시간이 아니다. 평생 일하며 집 한 채를 마련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거나 집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노인 재산 강탈(despojo patrimonial de adultos mayores)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81세 알베르토 알론소(Alberto Alonzo)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암으로 아내를 잃은 직후 딸과의 재산 분쟁에 휘말렸고, 현재 자신이 수십 년 동안 거주한 집을 되찾기 위해 법정에서 싸우고 있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건은 멕시코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와 가족해체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됐다.


멕시코시티 시민안전사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노인 재산 강탈 상담 사례 가운데 약 61%는 친자녀가 가해자로 나타났다. 범죄조직이나 낯선 사기범이 아니라 아들과 딸이 부모 재산을 둘러싼 분쟁의 중심에 있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이 멕시코의 부동산 구조에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70세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1960~1980년대 경제성장기 동안 주택을 마련한 세대다.

당시 멕시코시티 외곽이나 주택개발지에서 구매한 주택은 현재 수십 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특히 멕시코시티(Ciudad de México), 과달라하라(Guadalajara), 몬테레이(Monterrey) 등 대도시에서는 부모 세대가 수십 년 전 구입한 집이 현재 수백만~수천만 페소 가치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부모가 사망하기 전부터 상속 전쟁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Texas) 연구진이 멕시코 저소득층 주택 상속 문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자녀들 간 상속권 주장과 거주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유언장이 없거나 등기 절차가 완전하지 않은 경우 갈등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집에 모여살며 대가족으로 가족간의 우애와 화목을 중요시 했던 멕시코도 '핵가족화' 로 변하면서 이제는 '개인주의'가 낯설지 않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과 다자녀에 대한 거부감, 결혼이후의 자녀 양육의 경제적 어려움이 만들어낸 결과로 앞으로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쇠한 부모를 모시는 부분에서는 형제간의 다툼이 일어날 정도로 심각해 부모세대가 겪는 쓸쓸한 노후는 재산의 유무를 떠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부모 집에 동거하는 자녀가 자신이 부모를 돌본 대가로 집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다른 형제들은 법정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가족 간 소송으로 번진다. 이러한 분쟁은 수년 동안 지속되며 가족관계를 완전히 파괴하기도 한다.


노인학대 연구 결과도 심각하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교(UNAM) 연구진이 참여한 조사에서는 장기 장애를 가진 멕시코 노인의 학대 경험 비율이 32.1%에 달했으며, 경제적 착취(financial exploitation)가 주요 유형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35.7%가 어떤 형태로든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신체적 취약성과 우울증이 있는 경우 위험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학대는 단순히 폭행이나 방임만 의미하지 않는다.


노인의 연금을 대신 수령하거나, 집 명의를 이전하도록 압박하거나, 은행계좌를 통제하거나, 유언장 작성을 강요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국제적으로도 노인 경제적 학대(Elder Financial Abuse)는 가족 구성원에 의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 유형으로 분류된다.


고령화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젊은 국가로 알려졌지만 이제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60세 이상 인구는 약 1,8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되며 향후 20년 동안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60세 이상 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추월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노인 돌봄 체계는 매우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장기요양제도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노인은 자녀에게 의존한다. 멕시코에서는 노인 돌봄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많지 않으며 상당수 노인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돌봄 부담과 경제적 압박이 커질수록 재산을 둘러싼 갈등도 늘어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멕시코 사회가 오랫동안 강조해 온 '가족 중심 문화'가 현실에서는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부모 집이 가족의 안전망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그 집 자체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급등하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부모의 부동산은 단순한 거주공간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차지하려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됐다.


결국 알베르토 알론소 사건은 예외적인 비극이 아니다. 그것은 고령화, 주택가격 상승, 가족 해체, 사회보장 부족이라는 네 가지 문제가 동시에 충돌하는 오늘날 멕시코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평생 일해 마련한 집이 노후의 안식처가 아니라 가족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졌던 멕시코에서 이제 점점 더 많은 노인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평생 자녀를 위해 살았는데, 왜 마지막에는 내 집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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