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참극이 드러낸 멕시코의 '어두운 그림자'
- 멕시코 한인신문
- 1시간 전
- 3분 분량

며칠전, 멕시코 수도 Mexico City Azcapotzalco 자치구의 주거지역 Nueva Santa María 에서 한 가족 4명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는 47세 부부와 17세·12세 두 딸이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벌어진 잔혹한 사건은 멕시코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사건 직후 주민들은 “평범한 가족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참극은 단순 강도 사건이 아니라 신뢰관계를 악용한 생활형 범죄와 갈취 구조가 결합된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멕시코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CCTV와 차량 이동 경로를 추적해 하루 만에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은 피해 가족의 큰딸과 과거 교제했던 20세 남성이었다. 그는 가족의 생활 패턴과 집 구조를 알고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공범들과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사라진 차량과 귀중품 일부도 회수됐다.
수도까지 번진 범죄… “이제 안전지대는 없다”
과거 멕시코에서 조직범죄와 갈취는 국경지대나 일부 지방 주(州)의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도 Mexico City 내부에서도 자영업자와 일반 가정이 협박·갈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상업지와 주거지가 맞닿아 있는 지역에서는 식당, 약국, 철물점, 노점상 등 소규모 업장이 반복적으로 ‘보호비’를 요구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멕시코 시민들은 이를 피소 데 데레초(piso de derecho, 자릿세) 라 부른다. 장사를 계속하려면 일정 금액을 내라는 뜻이다.
현지 상인들은 “한 번 돈을 내기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액수는 점점 올라가고, 다른 조직이 다시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국 가게를 접고 이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총 대신 스마트폰… 갈취 범죄의 진화
최근 멕시코 범죄의 특징은 ‘디지털화’다. 총을 들고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돈을 뜯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조직은 전화, WhatsApp, 문자메시지, SNS를 통해 무작위 또는 표적형 협박을 시도한다. 대표적인 수법은 가족 납치 사기다.
"당신 아들을 데리고 있다.”“지금 송금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협박으로 실제 납치가 아닌 경우가 많지만, 가족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방식은 소액대출 앱을 이용한 갈취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앱 설치를 유도한 뒤 연락처와 사진을 탈취하고, 가족·지인에게 채무 사실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며 돈을 요구한다.
아스카포찰코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
이번 사건이 멕시코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이유는 피해자가 특정 업종 종사자나 범죄 연루자가 아닌 평범한 가족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문을 부수고 침입한 흔적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접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는데 범인을 잡고보니 과거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의 딸과 사귀던 남자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주민들은 “낯선 강도보다 가까운 사람이 더 무섭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처럼 협박이나 돈을 갈취당해도 신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복으로 가족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 신고했을때 실제 경찰이나 공권력이 보호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성수기마다 외부 조직이 들어와 보호비를 요구한다. 돈을 내지 않으면 손님 앞에서 위협하거나 시설을 파손하는 방식이다.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돈을 주고 가게문을 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인 사회도 예외 아니다
멕시코에 거주하거나 사업하는 한국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식당, 무역업, 물류업,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은 표적이 될 수 있다. SNS에 고급차·현금·매출 과시 금지, 직원·배달기사에게 대표 개인정보 과다 노출 금지, 모르는 번호의 스페인어 협박 전화는 즉시 의심, 가족 일정과 거주지 등이 공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작은 정보 하나가 범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충고를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협박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대응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즉시 돈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공포를 조성해 판단력을 흐리는 것이 핵심 수법이기 때문이다.
가족 납치 주장이라면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화번호, 계좌번호, 메시지, 음성파일은 모두 저장하고, CCTV와 통화기록도 보존해야 한다.
멕시코 긴급번호 911, 익명 신고 089, 관할 검찰청(Fiscalía)에 신고하는 것이 기본 절차다. 가능하다면 대사관이나 현지 변호사와 즉시 상의하는 것이 좋다.
멕시코의 공포는 바뀌고 있다
한때 멕시코 시민들이 두려워한 것은 거리 총격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조용하고 더 가까운 공포가 일상을 지배한다. 휴대전화가 울리는 순간 시작되는 협박, 가족 정보를 알고 접근하는 범죄, 가게를 접게 만드는 반복적 갈취 등 며칠전 발생한 아스카포찰코 일가족 참극의 현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