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마야어… 더 이상 조상의 언어를 배우지 않는 유카탄 아이들
- 멕시코 한인신문
- 4시간 전
- 2분 분량

멕시코 유카탄반도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마야어(Maaya T'aan)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늘날에도 유카탄은 멕시코에서 마야어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지만, 정작 젊은 세대로의 언어 전승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마야어가 당장 사라질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부모 세대가 자녀에게 언어를 물려주지 않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유카탄에서 열린 원주민 언어 연구 네트워크(Renili) 회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마야어를 사용하는 어머니를 둔 가정의 자녀 가운데 약 60%는 더 이상 마야어를 모국어로 배우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마야어를 사용하는 부모가 있어도 아이들은 스페인어만 사용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유카탄주의 마야어 사용자는 약 5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멕시코 전체 원주민 언어 가운데서도 가장 규모가 큰 언어 집단 중 하나다. 유카탄·캄페체·킨타나로오를 포함한 유카탄반도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약 75만 명 이상이 마야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숫자만 보면 언어가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오늘날 마야어 사용자는 주로 30~40대 이상 성인과 노년층에 집중돼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사용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조부모 세대는 마야어를 사용하지만 손주 세대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흔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리다 인근의 아칸세(Acanceh)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노년층 사이에서 여전히 마야어가 활발하게 사용되지만 자녀와 손주 세대는 대부분 스페인어만 사용한다. 언어가 가정 내부에서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지목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낙인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마야어는 농촌과 빈곤의 언어라는 편견에 시달려 왔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나 직장에서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며 의도적으로 스페인어만 가르쳤다. 결과적으로 한 세대가 지나면서 가정 내 언어 전승이 약화됐다.
도시화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유카탄반도에서는 관광산업과 서비스업 성장으로 많은 젊은 세대가 메리다와 칸쿤 같은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 생활에서는 스페인어가 절대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마야어를 사용할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학자들은 관광산업 확대와 내부 이주가 언어 전환(language shift)을 가속화했다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점은 마야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야 유적과 전통문화는 세계적인 관광 자원이 됐고, 마야어 랩 음악과 디지털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은 "문화적 자부심의 증가와 실제 언어 사용은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마야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정작 가정에서 자녀에게 가르치는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카탄주는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초등학교에서 마야어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실제 시행 학교는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야어의 쇠퇴는 단순히 언어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언어 속에는 전통 의학, 농업 지식, 천문 관측법, 공동체 역사와 세계관이 담겨 있다. 유카탄의 한 연구자는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민족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야어는 멕시코에서 가장 강한 생명력을 가진 원주민 언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사용 인구가 아니라 세대 간 전승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 유카탄의 마을에서 조부모가 손주에게 마야어 대신 스페인어로 말을 건네는 순간,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언어의 연결고리도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