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이 코앞인데… 너무 "조용한 멕시코"
- 멕시코 한인신문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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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깃발도 적고, 술집도 평소와 다를 바 없다… 기대보다 냉담한 2026 월드컵의 현실
불과 며칠 뒤면 2026 FIFA 월드컵이 개막한다. 멕시코는 이번 대회 공동 개최국이다. 더구나 멕시코시티의 아스테카 경기장은 개막전을 개최하며, 멕시코는 역사상 최초로 세 차례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가 된다. 하지만 정작 지금 멕시코 거리를 걷다 보면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1986년 월드컵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지금의 분위기에 놀랄 수밖에 없다.
당시에는 개막 수개월 전부터 거리마다 국기가 걸렸고, 상점들은 월드컵 장식으로 가득했다. 학교와 직장에서도 월드컵 이야기가 넘쳐났으며, 국가대표팀 경기는 사실상 국민적 행사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 몬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월드컵 열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월드컵이 정말 다음 주인가?"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멕시코인의 월드컵 관심도가 과거 대회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회 한 달 전 조사에서 월드컵에 "매우 관심이 있거나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에 그쳤다. 이는 러시아 월드컵 직전 37%, 카타르 월드컵 직전 39%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 하락이 두드러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21%, 밀레니얼 세대의 20%는 월드컵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반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계층은 40~50대 이상 세대였다.
이 같은 현상의 첫 번째 원인은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감 하락이다.
과거 멕시코 대표팀은 비록 우승 후보는 아니었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반복했고, 팬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16강 이상은 못 간다"는 냉소가 퍼져 있다. 월드컵이 다가오는데도 국가대표팀 이야기보다 리가 MX 이적시장 뉴스가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 문제다.
멕시코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물가 상승과 주거비 부담, 임대료 급등, 생활비 증가가 이어지면서 월드컵은 일부 계층에게 사치스러운 행사처럼 보이고 있다. 실제로 FIFA 공식 티켓 가격과 숙박비는 많은 멕시코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팬들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인데 정작 우리는 갈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정치와 사회 문제다.
최근 몇 달 동안 멕시코 뉴스는 월드컵보다 CNTE 교원노조 시위, 치안 문제, 카르텔 폭력, 경제 성장 둔화, 이민 문제 등에 집중돼 왔다. 국민들의 관심 역시 축구보다 생계와 치안에 더 쏠려 있다.
정부가 월드컵을 국가적 축제로 만들려 했지만, 현실에서는 국민들이 더 시급한 문제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산업의 기대감도 예상보다 낮다.
최근 멕시코 호텔협회는 월드컵 기간 호텔 예약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다고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개최도시인 멕시코시티·과달라하라·몬테레이의 객실 점유율 전망은 60~65%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일부 호텔은 오히려 지난해 여름보다 예약이 적을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과 캐나다 개최도시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높은 항공료와 숙박비, 비자 문제,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이 해외 관람객 증가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멕시코가 월드컵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사랑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주말이면 경기장들은 여전히 관중으로 가득 차고, 국가대표 경기 시청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열정의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1986년의 멕시코는 월드컵 자체가 국가적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멕시코는 월드컵을 하나의 대형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대는 있지만 광적인 열광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은 진짜 분위기는 개막 이후에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 대표팀이 첫 경기에서 승리하거나, 아스테카 경기장에서 개막식이 열리고 전 세계 언론이 멕시코를 비추기 시작하면 거리의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멕시코는 월드컵을 기다리고는 있지만 들떠 있지는 않다. 거리의 상인도, 택시기사도, 직장인도 월드컵 이야기를 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물가와 임대료, 치안과 정치다.
역사상 세 번째 월드컵 개최국이 된 멕시코는 지금 축제 직전의 흥분보다는 현실의 고민 속에 서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2026년 멕시코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