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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소송이란, "길고도 지루한 머니게임"



살면서 경찰서와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상은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늘상 우리곁에는 이익에 얽힌 송사와 잦은 병치레로 원하지 않던 관공서와 병원을 들락거리게 된다. 그것 또한 인생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리라.

멕시코에서 소송을 겪어본 일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이 손사래를 치게 마련이다.


민사이든 형사이든 소송은 결국 이기기 위한 싸움인데 억지와 거짓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법정에서는 오직 '증거'만이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당사자라면 패배의 결과에 망연자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소송은 몇 가지 이유로 대부분은 아예 포기하거나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브리엘라 파블로스(가명)는 2020년에 멕시코 시티에서 과거 동거인이었던 두 사람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제기했다. 자신이 아들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동의 없이 사진을 찍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관련법에 따르면, 디지털 수단을 통한 이런 종류의 성적 폭력은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소송 3년 후, 마침내 조사 파일이 지방 법원에 제출되었을 때 가브리엘라는 소송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유는, 증거 제시를 위한 첫 번째 심리에서 담당 판사는 "피고인이 모유수유 사진을 공개적으로 배포했지만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아닌, 즉 악의적 의도가 없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두 명의 다른 사람과 사이에서 출산한 두 아이를 둔 이 여성은 두 남자 모두에게 신체적, 정신적, 재정적 폭력을 당했기 때문에 관계를 끝냈지만 두 남자가 힘을 합쳐 자신의 아이 양육권을 빼앗아 갔다.

양육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 5년간 법적 투쟁을 했지만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일뿐 모성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추구하는 법률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반면, 상대방 남자는 부유했고 꽤 유명한 사립로펌을 통해 법적 대리인을 내세웠는데 이 분야에서 전문화, 특화 된 변호사 그룹이었다.


"소송 기간동안 가정법원과 형사법원에 90번 이상 소송을 당했는데 모두 증거가 없는 경우였다. 소문만 가지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괴롭혔는데 그때마다 고소 내용이 거짓임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사, 서류 작업, 전문가 보고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증거를 확보하고 맞고소를 하려 했을때는 이미 판사들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고 악몽같던 시간을 기억해 내고 있다.


가브리엘라에 따려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변호하고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을 법적으로 괴롭히는 일에만 전념하는 그런 로펌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녀는 현재 전 남편 두 명으로부터 아이를 빼앗기기 전까지 양육비도 받지 못했다.

이혼 판결 당시 위자료를 포함, 판사 앞에서 양육비 지불각서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브리엘라는 소송을 계속하고 해당 결정에 대한 상고를 할 수 있었지만 포기한 것이다.

싱글맘으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소송을 계속 진행 할 재정적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 중에 촬영된 그녀의 사진이 나중에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성적 자료로 유포되었다는 전문가 보고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점도 포기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전 파트너를 상대로 가족의 재정적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보류 중이다.


이처럼, 멕시코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오랜기간 소송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소송사례는 2023년 한 해 동안 멕시코 지방 사법 제도에 의해 종료된 625,000건의 소송 중 하나인데 판결로 인한 종결이 아닌 대부분 도중포기나 공식적으로 철회를 표명한 경우다.


국가 사법 행정에 대한 인구 조사에 따르면, 민사, 형사를 포함하여 기각된 재판이나 철회로 종결된 재판은 2023년 기준으로 전체 사건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3건이 소송포기로 사건이 종결됐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멕시코의 사법 제도에 의지하다가 결국 후회하고 소송을 포기하게 되는 걸까? 이베로아메리카나 대학교의 교수이자 변호사인 아나 라우라 마갈로니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멕시코 사법 제도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복잡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 복잡한 분야에서 자신의 주장을 오랜 대기 시간과 여러 차례의 심리 및 절차에 직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공 서비스 제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온갖 장애물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법적 절차에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사립 변호사를 고용하고 법적 절차를 수행하는 데 드는 비용과 부패로 인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포함된 소송비용은 생각보다 상당하기 때문이다.

즉, 사법 행정은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의 재력에 반비례 한다는 것이다.


법학 교수에 따르면, 국가에서 변호를 받을 자원이 부족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무료 변호사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이는 형사 사건만 해당되기 때문에 이외의 사건은 모두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즉, 형사사건을 제외한 위자료 소송, 계약 불이행, 이혼, 부당 해고, 검인 절차, 미납 채무 등 사법 제도에서 처리하는 문제와 관련된 모든 청구를 위해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소송을 포기하는 이유는 사법 제도 내부에서보다 사법 제도 외부에 있다고 한다. 바로 상호간 '합의' 에 도달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빠르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간 합의는 피해나 법률 위반에 대한 보상을 의미하지 않지만 복잡한 법률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용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는 셈이다.


특히, 멕시코의 현지 사법 제도는 소송 당사자를 지치게 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정의를 실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재판 과정을 질질 끌면서 당신이 지치고, 인내심을 잃거나, 가난해져 결국 포기하게 만들기를 바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위의 가브리엘라의 사례처럼 사법 제도가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을 겁먹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멕시코의 사법 시스템은 부패가 존재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판사를 선임할 여력이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되어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멕시코 통계청에 해당하는 이네기(INEGI)가 2020년에 실시한 전국 시민 문화 조사에 따르면, 판사와 접촉한 사람 4명 중 1명이 소송 진행을 대가로 공무원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법 제도를 이용한 사람 중 25%만이 요구받은 뇌물을 지불할 수 있었는데 나머지 사람들은 법적 절차가 중단되거나 심지어 불리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가브리엘라는 판사와 사법 공무원을 부패시키는 데 투자한 돈이 부당한 행위의 피해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로 자신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국가 사법 행정 조사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 하급심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은 2023년까지 처리해야 할 사건만 116,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청난 소송건수가 사법체계를 무너뜨리고 부패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인 오는 6월 1일이면 멕시코에서는 세계 최초로 모든 판사를 국민들이 직접투표로 뽑는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번에 선출되는 881명(대법관/Ministro 9명, 고법판사 Magistrado 486명, 지법판사 Juez 386명)의 판사 중 일부 지방에서는 마약조직과 연루된 인물이 출마하는가 하면, '출마와 동시에 당선' 이라는 나홀로 출마자들도 상당해 사법부 독립이라는 명목이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직하고 훌륭한 판사를 뽑겠다는 명분이 사실은 여당 성향의 판사들로 채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이 아닌 '사법부의 종속'이라는 야당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한 장의 투표용지에 최대 96명의 출마자 이름이 적혀 있어 누가 누구인지로 모르고 찍어야 하는 '깜깜이' 선거에 대해 "투표를 하면 여당을 지지하는 것" 이라는 야당의 보이콧으로 저조한 투표율이 예상되고 있다.


여당은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최근의 여론조사결과 국민들 중 전반이 선거일 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무관심이어서 실제 투표율이 얼마로 나올지가 큰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 바뀌게 될 사법체계도 별반 다를것이 없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현 시점에서 혹시라도 멕시코에서 소송계획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번 기사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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