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도, 자유무역 확대 위한 공식 협상 착수…연간 교역 110억 달러 돌파

멕시코와 인도가 양국 간 교역 확대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무역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자동차와 의약품, 전자제품,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관세 장벽을 낮추고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교역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멕시코 경제부(Secretaría de Economía)는 28일 인도 정부와 특혜무역협정(Acuerdo de Comercio Preferencial·PTA) 체결을 위한 협상 기본조건(Términos de Referencia·ToR)에 합의하고 공식 협상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협정의 적용 범위와 협상 방식, 추진 일정을 정하는 절차로, 실제 관세 인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협상에는 멕시코의 루이스 로센도 구티에레스 로마노(Luis Rosendo Gutiérrez Romano) 대외무역차관과 인도의 라제시 아그라왈(Rajesh Agrawal) 상무차관이 참여했다. 인도 대표단은 멕시코시티를 방문해 양국의 통상 현안과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협상은 2025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 멕시코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양국 경제협력 강화에 합의한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구체화된 후속 조치다.
협상 의제에는 상품시장 접근 확대와 원산지 규정, 통관 절차 간소화, 무역 원활화, 분쟁 해결, 위생·검역 조치, 기술적 무역장벽 및 무역구제 제도가 포함됐다. 양국은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특정 품목의 관세를 우선 낮추는 특혜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해관계가 덜 충돌하는 상품부터 조기에 합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양국의 교역규모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주멕시코 인도대사관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양국 상품교역액은 약 110억9,000만 달러로, 인도는 멕시코의 9대 교역 상대국으로 올라섰다.
이 가운데 인도의 대멕시코 수출은 약 91억3,000만 달러, 멕시코의 대인도 수출은 약 19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약 71억6,000만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2024년 교역액은 약 117억 달러로, 2025년에는 전체 교역규모가 소폭 감소했지만 인도의 대멕시코 수출 비중은 더욱 커졌다.
다만 인도의 2025~2026 회계연도 통계에서는 양국 교역액이 약 7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된다. 인도의 대멕시코 수출은 약 57억2,000만 달러, 수입은 약 21억 달러다. 이는 집계 기간과 통계 기준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양국의 무역규모를 비교할 때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양국의 교역구조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인도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의약품, 기계류, 화학제품 등 제조업 중심의 상품을 멕시코에 수출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는 원유가 대인도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금과 귀금속 관련 제품, 화학제품, 통신장비 등이 뒤를 잇는다.
주멕시코 인도대사관에 따르면 원유는 멕시코의 대인도 수출품목에서 약 75%를 차지한다. 멕시코가 인도에 에너지 원자재를 공급하고 인도는 멕시코에 자동차와 의약품 등 고부가가치 제조상품을 판매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는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으며, 멕시코 시장에서도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의 2025~2026 회계연도 대멕시코 자동차 수출액은 약 19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멕시코 정부가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이 없는 국가의 일부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면서 인도 자동차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섬유와 의류, 신발, 자동차, 철강, 플라스틱 등 1,463개 관세 품목에 적용되는 세율은 품목에 따라 최고 50%에 이른다.
인도는 이번 협상을 통해 자국 자동차와 제조상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완화하고 멕시코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멕시코는 자국 제조업 보호와 투자 유치, 수출시장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의약품과 화학산업 역시 중요한 협상 대상이다. 인도는 세계적인 복제의약품 생산국으로, 멕시코에서는 인도계 제약기업들이 의약품 공급과 현지 생산, 유통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양국 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완화될 경우 제약 원료와 완제품의 공급 확대, 생산비 절감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의약품의 품질관리와 보건당국의 허가 절차는 무역협정과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투자 분야에서도 인도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는 250개 이상의 인도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2024년까지 인도 기업들의 누적 투자규모는 약 40억 달러로 추산된다. 정보기술과 자동차부품, 제약산업이 주요 투자 분야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TCS), 인포시스(Infosys), HCL테크(HCLTech), 테크마힌드라(Tech Mahindra) 등 인도 정보기술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와 제조업 분야에서도 인도 기업들은 멕시코를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 기업들의 인도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네막(Nemak)과 메탈사(Metalsa), 화학기업 멕시켐(Mexichem), 영화관 체인 시네폴리스(Cinépolis), 어린이 직업체험시설 키자니아(Kidzania) 등 17개 주요 멕시코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2027년 1분기 멕시코 경제사절단의 인도 방문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 간 직접 상담과 투자 협력을 확대하고 자동차, 전자제품, 농식품, 의료기기, 핵심 광물 및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멕시코에는 이번 협상이 수출시장 다변화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멕시코의 수출구조에서 인도는 아직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지만, 거대한 인구와 성장하는 내수시장, 확대되는 제조업 기반을 갖춘 새로운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협정 체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인도는 자동차와 의약품 등 자국 제조상품의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멕시코는 원유 중심의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농식품과 제조상품의 인도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원산지 규정과 민감 품목의 관세 인하 폭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아직 협상 타결 시점이나 구체적인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을 발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경제적 효과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멕시코가 북미시장과의 생산·무역 연계를 유지하면서 인도와 새로운 교역 기반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가 향후 협상의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