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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상속세 도입론에 선 그어…현행 세율 0%, 재정난·부의 대물림 논쟁은 계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상속과 유증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멕시코의 상속세 도입 논쟁이 다시 정치권과 경제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상속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 정부가 새로운 상속세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상속세가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존재하는 낯선 세금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제도 자체의 국제적 보편성은 인정하면서도 멕시코에서의 도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논란은 멕시코 연방대법원(SCJN)의 레니아 바트레스 과다라마 대법관이 상속과 유증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바트레스 대법관은 상속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세대 간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조세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놨다.


그는 멕시코에서도 1926년부터 상속과 유증에 대한 연방세가 존재했지만 1961년 폐지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언급했다. 다만 대법원이 세금을 만들 수는 없으며, 새로운 조세의 신설은 헌법상 연방의회 권한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현재 의회에 바트레스의 발언을 그대로 반영한 공식 상속세 법안이 제출된 상태는 아니다.


현재 멕시코에서 상속재산 자체에 적용되는 연방 상속세율은 사실상 0%다.

연방 소득세법(Ley del Impuesto sobre la Renta) 제93조 제22호는 개인이 상속 또는 유증으로 받는 재산과 소득을 소득세(ISR) 면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현금, 부동산, 주식 또는 기업 지분을 상속받더라도 상속받는 순간 해당 재산가액에 연방 ISR이 부과되지는 않는다. 상속액의 규모나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에 따라 세율이 달라지는 한국식 누진 상속세 구조도 현재 멕시코에는 없다.


그러나 “세율 0%”가 아무런 신고나 비용도 없다는 뜻은 아니다.

상속을 포함한 면세소득이 다른 특정 소득과 합산해 연간 50만 페소를 초과하면 납세자는 연간 소득세 신고에서 해당 금액을 SAT에 보고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소득이라도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세무당국이 그 자금의 출처를 문제 삼거나 일반 과세소득으로 판단할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연방 상속세와 별도로 공증비, 유언검인 또는 상속재판 비용, 감정평가비, 등기비와 지방세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취득세 또는 소유권 이전 관련 지방세는 주와 지방자치단체마다 규정이 다르며, 상속에 대해 전액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일정한 등록·행정비용을 부과하는 지역도 있다. 따라서 상속인이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재산의 소재지, 유언장 존재 여부, 상속인 수, 법정분쟁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상속재산 자체에 부과하는 상속세와는 법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상속받은 재산을 나중에 매각할 때는 별도의 과세 문제가 발생한다. 상속 시점에는 ISR이 면제되더라도 이후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처분해 양도차익이 발생하면 일반적인 자산매각 규정에 따라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소득세법은 상속·유증·증여로 취득한 자산의 취득가액과 취득시기를 산정할 때 원래 소유자의 취득가액과 관련 기록을 이어받는 방식의 규정을 두고 있어, 오래전에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상속받아 매각하면 상당한 과세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상속세 문제가 갑자기 공론화된 배경에는 멕시코의 낮은 조세수입과 갈수록 커지는 재정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연금과 사회복지 프로그램, 의료·교육, 인프라 투자,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 지원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지만, 국내총생산 대비 조세수입은 OECD 평균뿐 아니라 일부 중남미 국가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2026년 들어서는 경기둔화로 세수가 압박받고 있으며, 올해 1∼5월 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실질 기준 1.4% 감소하고 ISR 수입도 정부 목표를 밑돌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멕시코에서는 그동안 재정 확충 방안으로 부가가치세나 중산층 소득세를 올리기보다 초고소득층, 대규모 자산, 금융소득과 거액 상속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조세정의 단체와 일부 경제학자들은 800만 페소 또는 1,400만 페소 이상 고액 상속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고, 일반 주택이나 중산층 가족의 소규모 재산 이전은 보호하는 누진세안을 제시해왔다.


2024년 한 조세개혁 제안에서는 800만 페소를 넘는 상속에 10%부터 최고 35%까지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됐고, 2026년 별도의 개혁안에서는 1,400만 페소 초과 상속에 10∼18%를 적용하는 내용이 제안됐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정부 확정안이 아니라 시민사회 또는 개별 정치세력이 제시한 정책 제안에 해당한다.


찬성론자들은 근로소득에는 최고 35%의 ISR을 부과하면서 부모로부터 수천만 또는 수억 페소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세금이 전혀 없다는 점이 수평적·수직적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부동산과 기업지분, 금융자산이 소수 가문 안에서 세대를 넘어 이전되면 개인의 노동이나 창업 성과보다 출생과 가족 배경이 경제적 지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OECD도 상속세가 적절한 면제한도와 가족기업 보호장치를 갖출 경우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기회의 평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대론은 상속재산이 이미 소득세와 기업세, 부동산세 등을 납부한 뒤 형성된 자산이기 때문에 상속 단계에서 다시 과세하면 이중과세 성격이 강하다고 반박한다. 현금이 부족한 가족이 주택이나 중소기업을 상속받은 뒤 세금을 내기 위해 부동산 또는 기업지분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액 자산가들이 신탁, 법인, 생전증여, 해외이주 등을 이용해 과세를 회피하면 실제 세수는 예상보다 적고 행정비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호주, 캐나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일부 OECD 회원국은 낮은 세수효과와 조세회피, 정치적 반발 등을 이유로 과거 상속세를 폐지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한다”는 발언은 방향성에서는 일부 근거가 있지만 엄밀하게는 과장된 표현에 가깝다. OECD 자료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 유산세 또는 이에 준하는 자산이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이다.


다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모든 국가”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상속·유산·증여세가 OECD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적으로 매우 낮으며, 1%를 넘는 국가는 벨기에, 프랑스, 일본,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


국가별 과세방식도 크게 다르다. 한국은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사용하며 최고 명목세율은 50%로 OECD 최고 수준에 속한다. 다만 한국 정부는 상속인 각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연방 상속세가 아니라 일정 기준을 넘는 전체 유산에 최고 40%의 유산세를 적용하지만 면세한도가 매우 높아 실제 납세 대상은 극소수다. 영국도 일정 면세한도 초과 유산에 일반적으로 40%를 적용하며, 프랑스와 벨기에는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와 상속액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중남미에서는 국가마다 제도가 엇갈린다. 칠레는 상속액과 친족관계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가까운 가족에게 비교적 높은 공제와 감면을 제공한다. 브라질은 연방세가 아닌 주정부 세금인 ITCMD를 상속과 증여에 부과하며 세율은 주별로 다르지만 연방 상원의 현재 상한은 8%다.


에콰도르는 상속·유증·증여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며 명목 최고세율은 35%에 이른다. 콜롬비아에서는 상속재산이 소득세 체계상 ‘우발소득(ganancia ocasional)’으로 분류돼 일반적으로 정해진 세율이 적용되고, 아르헨티나는 전국 단위 상속세는 없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주 등 일부 지방에서 무상재산이전세를 운용한 사례가 있다. 우루과이와 파라과이 등은 전형적인 상속세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과세체계를 유지한다.


멕시코의 경우 상속세 도입 여부는 단순히 세율의 문제가 아니라 과세기준과 면제범위, 가족기업과 농지 보호, 부동산 평가방법, 신탁과 생전증여 규제, 해외자산 신고, 지방세와의 관계를 모두 설계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다.


상속세를 도입하면서 면제한도를 지나치게 낮게 정하면 중산층의 주택 상속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한도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각종 예외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면 초고액 자산가들이 제도를 회피해 실질적인 재분배와 세수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셰인바움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입 가능성을 부인한 만큼 단기간 내 연방 상속세가 신설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정부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기보다 탈세와 허위세금계산서 업체, 관세회피, 디지털 거래 누락을 단속해 세수를 늘리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둔화와 연금지출 증가, 사회복지 확대, 낮은 조세수입, 심화하는 자산불평등이 계속되는 한 고액 상속과 부유세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멕시코의 공식 상속세율은 0%지만, 세대 간 대규모 자산이전에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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