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멕시코시티에 이미 동물원이 있었다
- 멕시코 한인신문
- 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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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크테수마 2세의 비밀 동물원, 잃어버린 아즈텍 제국의 경이
오늘날 멕시코시티( Ciudad de México )의 차풀테펙 동물원(Zoológico de Chapultepec)은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멕시코에 동물원이 존재한 역사가 100년도 아닌 500년 이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가 1519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án)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것 가운데 하나는 아즈텍 황제 모크테수마 2세(Moctezuma II)가 소유한 거대한 동물원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현대적 의미의 동물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아즈텍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는 이미 수백 종의 동물과 조류, 파충류, 수생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거대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
모크테수마의 동물원은 나우아틀어로 토토칼리(Totocalli), 즉 "새들의 집"이라 불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조류원이 아니었다. 정복자들의 기록과 최근 고고학 연구에 따르면 이곳에는 독수리, 케찰(Quetzal), 앵무새, 마코앵무새뿐 아니라 재규어(Jaguar), 퓨마(Puma), 늑대(Lobo), 코요테(Coyote), 오셀롯(Ocelote), 악어(Cocodrilo), 방울뱀(Serpiente de Cascabel)까지 수용돼 있었다.
특히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규모였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동물원에는 600명 이상의 관리 인력이 근무했다. 약 300명은 맹수들을 관리했고 나머지 300명은 조류를 돌봤다. 여기에 수의사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과 깃털 공예 장인들까지 상주했다. 이는 오늘날 기준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전문 동물원 조직에 해당한다.
동물원의 목적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아즈텍 제국에서 동물은 권력과 종교, 우주관을 상징했다. 독수리는 태양과 전쟁을 의미했고 재규어는 밤과 권위를 상징했다. 케찰의 화려한 깃털은 신성한 존재와 왕권을 나타냈다. 모크테수마는 제국 각지에서 진귀한 동물들을 공물(Tributo) 형태로 받아 수도에 집결시켰고, 이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했다.
동물원 내부에는 해수와 담수를 구분한 거대한 수조도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20개의 대형 수조가 있었으며, 10개는 바닷물, 10개는 민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수생조류와 물고기들이 사육됐다. 관리인들은 정기적으로 수조의 물을 모두 빼고 청소했으며, 이는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매우 놀라운 관리 체계였다.
또한 동물원은 일종의 연구시설 역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들은 아즈텍 의학에서 사용되는 동물성 재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연구자들은 종교 의식에 사용될 동물을 보관하는 장소였다고 해석한다. 아직까지도 정확한 기능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이른바 "인간 동물원"의 존재다.
일부 스페인 연대기에는 난쟁이, 알비노,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황궁 내 특정 구역에서 생활했다고 기록돼 있다. 현대 연구자들은 이를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궁정 구성원의 일부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당시 기록이 부족해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모크테수마 동물원의 존재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서구 역사에서는 흔히 유럽을 동물원 문화의 출발점으로 설명하지만, 테노치티틀란의 사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이미 복잡한 동물 관리 체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부 연구자들은 모크테수마의 동물원을 "신대륙 최초의 대형 동물원"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놀라운 시설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1521년 스페인군이 테노치티틀란을 함락하면서 동물원도 함께 파괴됐다. 코르테스 자신도 황궁과 동물원을 불태운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시설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면서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모크테수마의 동물원이 있던 정확한 위치는 멕시코시티 역사중심지(Centro Histórico) 일대로 추정된다. 수백 년 동안 도시 개발 아래 묻혀 있었지만 고고학 발굴과 식민지 시대 기록 연구를 통해 조금씩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추가 발굴이 진행될 경우 아즈텍 제국의 자연관과 동물 관리 기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500년 전 호수 위에 세워진 거대 도시 테노치티틀란에는 단순히 피라미드와 전사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황제 모크테수마는 제국 곳곳의 생명체를 한곳에 모아 거대한 살아 있는 박물관을 만들었다.
오늘날 차풀테펙 동물원을 찾는 수많은 시민들은 알지 못하지만, 멕시코의 동물원 역사는 사실 아즈텍 제국의 황궁 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