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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째 반복되는 멕시코시티 물 위기…"물을 빼내면서 도시까지 가라앉혔다"


멕시코시티가 겪고 있는 물 부족과 지반침하 문제는 최근의 가뭄이나 기후변화만으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부터 약 400년 동안 이어진 ‘물을 도시 밖으로 빼내는 정책’과 과도한 지하수 개발이 오늘날의 구조적인 물 위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멕시코시티의 전신인 테노치티틀란은 원래 텍스코코 호수 위에 세워진 수상도시였다. 그러나 스페인 식민통치 이후 반복되는 홍수를 막기 위해 호수와 도시의 물을 외부로 배출하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 초 시작된 Desagüe de Huehuetoca였다. 하지만 1629년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대부분이 다시 물에 잠겼고 일부 지역은 수년간 침수상태가 계속됐다. 당시 고인 물과 오염으로 인한 질병 등으로 3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멕시코는 홍수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호수를 말리고 물을 외부로 배출했다.

문제는 홍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시가 가지고 있던 자연적인 물 저장체계까지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 아래의 지하수를 대규모로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이것이 또 다른 재앙을 가져왔다.


지하수를 지나치게 퍼올리면서 과거 호수 바닥을 구성했던 점토층이 압축됐고 도시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연구에 따르면 침하가 심각한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약 50㎝에 달하는 지반침하가 측정되기도 했다. 멕시코시티의 옛 호수지역 일부는 장기간에 걸쳐 약 9m(30피트)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하수 취수를 지금 당장 중단하더라도 이미 압축된 지층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과거 수십 년간의 과잉취수로 발생한 지반침하의 상당 부분은 사실상 비가역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지반침하는 상하수도에도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땅이 지역별로 서로 다른 속도로 내려앉으면서 수도관과 하수관이 파손되고 누수가 발생한다.


멕시코시티 수도당국 SACMEX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상수도망에서 손실되는 물이 약 40%에 달한다. 어렵게 확보하고 정수한 물의 상당 부분이 가정에 도착하기 전에 사라지는 셈이다.


수압이 일정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멕시코시티 주택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inaco 물탱크는 이러한 불안정한 공급 때문에 사실상 필수시설이 됐다. 수도관에 균열이 있는 상황에서 수압까지 떨어지면 외부의 오염물질이 수도망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수질 문제도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Iztapalapa 일부 관정에서는 비소와 중금속 문제가 확인됐으며, SACMEX의 2020년 자료에서도 Tláhuac, Tlalpan, Coyoacán, Iztapalapa, Iztacalco, Azcapotzalco 등 여러 지역의 28개 관정에서 비소 기준 관련 문제가 기록됐다. 


해결책으로는 새로운 기술 하나보다 지하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도시의 물 관리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일본 도쿄다. 도쿄 역시 과거 지하수 과잉취수로 약 4m에 달하는 지반침하를 경험했지만 1950~60년대 산업용 지하수 사용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지표수 공급시설을 확대하면서 심각한 지반침하를 크게 억제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시 지하수 취수를 중단하고 외부에서 식수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멕시코시티가 같은 길을 가려면 지하수 취수 감소, 노후 수도관 교체와 누수 방지, 빗물과 처리수의 재활용, 지하수 재충전, 안정적인 지표수 공급망 확대 등이 장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멕시코시티의 물 문제는 단순히 “물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아니다. 400년 동안 홍수를 막기 위해 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부족해진 물을 다시 지하에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물 부족→지하수 과잉취수→지반침하→상하수도 파손→누수 증가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은 더 많은 지하수를 퍼올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 안에 들어온 물을 최대한 보존하고 재사용하면서 지하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멕시코시티의 400년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급수대책을 넘어 도시의 물 관리체계 자체를 바꾸는 장기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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