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 멕시코 빨래비누, 엄마들의 "필수품이었다"
- 멕시코 한인신문
- 9월 6일
- 3분 분량

대기업은 아니지만, 멕시코 토종기업으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세탁용 비누업체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에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빨래를 할때면 반드시 사용하는 비누가 있다.
어떤 집에도 하나쯤은 있어야 할 만큼 필수품목으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있는 소테(Zote) 비누가 바로 그것이다.
멕시코 가정에서 부적같은 존재로 자리잡은 작은 빨래비누가 어떻게 멕시코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을까? 그 해답은 위생 자체가 등한시 되던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00년 전의 위생이란 목욕과 세탁처럼 공동의 행위였다.
부유층만이 개인 욕실을 누렸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중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같은 우물이나 샘에서 물을 끌어온 공동 돌 빨래터에서 빨래를 했다.
빨래터는 단순한 실용적인 공간을 넘어 사교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험담이 오가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였고, 그 험담은 너무나 오랫동안 이어져 오늘날에도 누군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소식을 두고 '세탁 가십' 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La Corona(Zote 전신) 비누의 탄생
할리스코주 테파티틀란(Jalisco, Tepatitlán) 출신의 곤잘레스 파딜라(González Padilla) 형제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각 마을마다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기름으로 막대형태의 거친 비누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었지만 당시 비누는 아직 대량 생산되지 않았다.
1920년이었다.
혁명이 끝나고 멕시코시티는 정상화에 대한 열망으로 활기를 띠었다.
에스테반(Esteban), 로레토(Loreto), 그리고 다니엘 곤살레스 파딜라(Daniel González Padilla)는 당시 비누 제조에 귀중한 원료였던 동물성 지방을 팔기 위해 시티에 도착했다.
그런데 누군가 "직접 비누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라는,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하게 된다.
그들은 비누 장인 제논 마르틴 델 캄포(Zenón Martín del Campo)와 힘을 합쳐 Peralvillo 거리 24번지, Baños Corona 목욕탕 안에 첫 매장을 열었다.
목욕하러 가는 쇼핑객들이 "vamos a La Corona por Japon", 즉 "라 코로나에서 비누를 사러 가자"고 외치기 시작할 만큼 입소문이 났다. 이것이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가는 공장 중 하나가 탄생하게된 배경이다.
그들의 첫 번째 제품인 테페약(Tepeyac)이 곧바로 생산됐다.
수요가 급증했으며 10년 만에 노새 수레가 끌던 제품 운반은 동력 트럭으로 대체될 만큼 사업이 번창했다. 1930년대와 40년대에는 이들이 생산하는 코로나(Corona)와 로마(Roma) 같은 비누가 시장을 장악하며 꾸준하게 확장하기 시작했다.
확장과 혁신
1950년대에는 에스테반의 아들 안토니오 곤살레스(Antonio González)가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그는 멕시코 주 할로스톡(Xalostoc)으로 사업장을 이전했는데, 오늘날까지도 공장이 그곳에 있다.
1954년부터 라 코로나(La Corona’s)는 세제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비누와 달리, 세제는 과학적인 효율성으로 기름때를 용해하는 석유화학 유도체로 제조된 것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1970년대, 라 코로나가 소테(Zote) 생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찾아왔다. 원래 케레타로에서 생산되던 이 비누는 향료와 최고급 원료를 첨가하여 소테 로사(Zote Rosa) 재탄생했다.
고품질에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세탁 및 목욕용 비누로 판매되면서 소테 로사(Zote Rosa)는 순식간에 큰 인기를 얻었다.
규제로 인해 목욕 제품으로 판매가 금지된 후에도 여성들은 계속해서 그렇게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뷰티 블로거들은 소테 로사를 메이크업 브러시 세척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극찬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가정에는 소테 로사로 머리를 감았을 때보다 더 윤기 있는 머릿결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있다.
혁신은 사업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했다.
1972년, 라 코로나는 현재 널리 쓰이는 1-2-3 식용유 생산업체인 아세이테스 피노스(Aceites Finos S.A.)를 인수하고 식용유 사업에도 진출했다.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이 변화함에 따라, 회사는 사업 다각화에 나서 액체 세탁 비누를 출시하기도 했다.
장수의 비결
외국 기업에 인수된 많은 멕시코 기업들과 달리, '라 코로나' 는 여전히 가족 기업으로 남아 있다.
곤살레스 파딜라(González Padilla)의 후손들은 여전히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5,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마치 친인척처럼 대하고 있다.
많은 가족들이 대대로 공장에서 일하며, 단순히 일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대를 이어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철학은 단순함 그 자체다.
품질과 입소문이 최고의 광고라고 믿었기 때문 수십 년 동안 광고를 거부한 것이 좋은 사례다.
소셜 미디어의 부상으로 조금씩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가격을 낮추고, 멕시코, 미국,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 등에서 새로운 기술에 재투자하며,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는 그들의 의지다.
1986년부터 '라 코로나' 는 비누를 해외로 수출해 왔다.
현재 생산량의 15%는 미국, 가나, 중국, 한국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매일 300톤 이상의 Zote(빨래비누)가 생산되고, 매달 3천만 개 이상의 바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판매되는 세탁비누 10개 중 6개에 La Corona의 흔적이 있다.
특히, 2024년 7억 9,800만 달러 규모였던 세제 시장이 2033년에는 12억 3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회사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다.
평범한 종이에 포장된 소박한 비누 블록에는 파란색 또는 분홍색 글씨로 굵게 도장이 찍혀 있으며, 멕시코 스페인어로 "비누"와 "거대"를 의미하는 "하본 소테(jabón Zote)"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소박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소테는 다국적 기업의 끊임없는 마케팅 캠페인 속에서도 살아남았는데 평범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변화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테는 단순한 비누를 넘어 실용적이면서도 시적인, 멕시코의 회복력과 독창성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다국적 기업들이 월가의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하는 시대에, 라 코로나는 할로스톡에서 고목처럼 뿌리를 내리고, 탄력을 유지하며 성장해 소테비누의 분홍빛 향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참고로, 빨래비누의 대명사 ZOTE는 흰색 옷에는 흰색 비누를, 색깔있는 옷에는 분홍색 비누를 사용하도록 구분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