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석유 위기의 역설, '유가 급등'으로 국영 석유회사 횡재


전 세계를 강타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멕시코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Pemex)에 예상치 못한 '횡재 이익'을 안겨주었다.

15일 발표된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페멕스는 최근 국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약 15억 6,000만 페소(MXN)의 추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익의 이면에는 3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원유 생산량과 천문학적인 부채라는 뼈아픈 현실이 공존하고 있어, 이번 수익이 오히려 페멕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늦추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수익의 일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지구 반대편의 전쟁이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갈등 심화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 유가는 단기간에 20% 이상 폭등했다. 멕시코 정부가 2026년 예산안 수립 당시 설정했던 기준 유가는 배럴당 54.9달러였으나, 실제 시장에서 멕시코산 마야(Maya) 원유는 배럴당 70달러를 상회하며 거래되었다. 배럴당 약 15달러 이상의 시세 차익이 발생하면서 페멕스의 금고에는 계획에 없던 거액의 현금이 흘러 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수익을 결코 '경영의 승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적게 팔아서 비싼 값을 받은' 요행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페멕스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9만 4,400배럴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4.6%나 수직 하락했다. 이는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만약 페멕스가 노후 시설 관리 실패와 투자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겪지 않고 당초 목표했던 하루 52만 배럴의 수출량을 유지했더라면, 이번 유가 상승기에 거둘 수 있었던 수익은 130억 페소를 훌쩍 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15억 6,000만 페소라는 숫자는 페멕스의 무능함이 깎아먹은 기회비용을 유가가 겨우 메워준 결과물인 셈이다.


재무 구조의 건전성 면에서도 낙관론은 시기상조다. 현재 페멕스의 총부채는 1,000억 달러(약 1.8조 페소)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도달했으며, 협력업체들에 지급하지 못한 미수금만 해도 5,000억 페소를 넘어섰다. 이번에 확보된 추가 수익은 이 거대한 부채의 바다에 던진 작은 돌멩이에 불과하다. 금융 분석가들은 정부가 올해만 7,800억 페소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시적인 유가 반등이 페멕스의 고질적인 방만 경영과 부패 구조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이번 수익을 내수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한 보조금으로 전용할 방침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 폭등으로 이어져 6월 월드컵을 앞둔 민심이 이탈하는 것을 막겠다는 정무적 판단이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정치가 멕시코의 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추고 기후 위기 대응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특히 이번 석유 위기가 대외 의존적인 화석 연료 경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준 만큼, 페멕스를 석유 기업에서 지속 가능한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페멕스가 거둔 15억 6,000만 페소는 멕시코 경제에 일시적인 숨통을 틔워준 단비일 뿐, 근본적인 가뭄을 해결할 대책은 되지 못한다. 국제 유가는 언제든 폭락할 수 있는 변동 자산이며, 멕시코의 유전은 노후화로 인해 매년 생산량이 자연 감소하고 있다.


페멕스가 진정한 국가 경제의 기동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운 좋게 얻은 횡재 이익에 취할 것이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투명한 부채 관리, 그리고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할 시점이다.




Facebook 공유하기

멕시코 한인신문사 | TEL : 5522.5026 / 5789.2967 | E-mail : haninsinmun@gmail.com

Copyright © HANINSINMUN S.A DE C.V.  All Rights Reserved.

※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한인신문사에 공식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복제 및 전재, 도용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