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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2부) 시험만 잘 봐서는..,멕시코 공무원은 어떻게 되는가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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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유급 일자리 603만 개. 안정적인 급여와 사회보험, 연금과 주택금융까지 갖춘 멕시코 공직은 분명 매력적인 일자리다. 그런데 멕시코에는 한국의 노량진처럼 수많은 청년이 몇 년씩 모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규모 수험가가 없다.

한국식 일괄 공채 없는 멕시코…특정 자리 하나 놓고 경쟁, 경력·면접 중요해 ‘내부 경험자’가 유리한 구조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과 같은 방식의 국가공무원 일괄 공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직급과 직렬별로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을 한꺼번에 선발하고 응시자들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 합격하면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얻고 이후 부처에 배치된다.


멕시코는 다르다. 연방정부는 2003년 Servicio Profesional de Carrera, 즉 경력공무원제도를 도입해 능력과 경력에 기반한 전문관료 선발체계를 구축했다. 대표적인 공개채용 시스템이 TrabajaEn이다.


지원자는 막연하게 ‘연방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내는 것이 아니다. 특정 부처에서 공석이 발생하면 해당 직위가 요구하는 학력과 전공, 경력 등을 확인하고 그 자리 하나에 지원한다.


한국식으로 표현한다면 ‘행정직 9급 3천 명 선발’ 시험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부의 어느 국, 어느 부서에 비어 있는 특정 직위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에 가깝다.


선발과정도 시험성적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학력과 경력요건을 확인하고 직무와 관련된 지식과 역량을 평가하며 경력과 실적을 심사하고 면접을 거친다. 일부 공고에서는 지식시험의 최소 통과점수를 정하지만 모든 공무원 채용에 일률적인 ‘70점 합격선’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구조에서는 시험을 얼마나 오래 준비했느냐보다 해당 업무를 실제로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바로 여기에서 멕시코 공직채용의 독특한 현실이 나타난다.


대학생이 정부기관에서 Servicio Social을 하면서 행정조직을 처음 경험하고 이후 계약이나 프로젝트 형태로 정부 업무에 참여하다가 정식 공석이 발생하면 공개채용에 도전하는 경로가 존재한다.


이미 같은 기관이나 유사한 업무에서 일한 사람은 외부 지원자가 처음 접하는 법률과 행정절차, 업무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알고 있다. 경력과 실적, 직무지식과 면접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제도에서는 이런 경험이 상당한 경쟁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정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어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인가” 못지않게 “어떤 기관에서 먼저 경험을 쌓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것을 근거로 멕시코의 공개채용이 모두 형식적이고 합격자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외부 지원자에게도 공개경쟁의 문은 열려 있고 Servicio Profesional de Carrera 자체가 정치적 연줄보다는 능력과 실적에 따라 전문관료를 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문제는 제도의 구조다. 시험점수 하나로 순위를 정하지 않고 경력과 실적, 면접을 함께 평가하다 보니 이미 정부 업무를 경험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유리해질 수 있다. 멕시코 공직사회에서 인맥과 연줄을 의미하는 ‘Palanca’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멕시코 관료사회는 오랫동안 정치적 추천과 개인적인 네트워크의 영향을 받아왔다. 2003년 경력공무원제도 도입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도 이러한 관행을 줄이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전문성을 갖춘 관료조직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도를 만드는 것과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직무경력을 중시하면 실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을 수 있지만 이미 조직 내부에서 일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면접의 비중을 높이면 직무 적합성을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지만 평가자의 재량도 커진다.


이 과정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제도가 경력공무원법 제34조, 이른바 Artículo 34다.


이 조항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행정서비스에 공백이 발생하거나 공공질서, 보건, 안전 등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또는 상당한 손실이나 추가비용이 예상되는 경우 일반적인 공개 모집과 선발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시적으로 공석이나 신설 직위를 채울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제34조를 “부서장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먼저 앉혀 놓고 나중에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는 제도”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법률은 이런 임시임용이 해당 인물에게 경력공무원으로 자동 진입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임시로 해당 업무를 맡았던 사람이 나중에 공개경쟁에 참가하면 이미 몇 달 동안 실제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처음 지원하는 외부인과 동일한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법적으로는 공개경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내부 경험자가 유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멕시코 공직채용을 ‘시험 공채’와 ‘인맥 채용’ 가운데 하나로만 설명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공개경쟁과 능력주의 제도가 실제 존재하는 동시에 정부 내부에서 축적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하는 복합적인 구조에 가깝다. 또 모든 공공기관이 동일한 방식으로 사람을 뽑는 것도 아니다. 외교관에게는 Servicio Exterior Mexicano라는 독자적인 선발과 경력체계가 있고 사법부 역시 별도의 전문경력 구조를 갖는다. 중앙은행 Banco de México와 INEGI 등도 일반 중앙부처와 동일한 인사체계를 가진 기관이 아니다. CFE와 PEMEX 같은 국영 에너지기업 역시 일반 행정부 공무원 채용과는 다른 노동관계와 노조, 단체협약을 갖고 있다.


따라서 멕시코 청년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기관에서 어떤 직무를 할 것인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경제·금융 분야에서는 Banco de México, 통계와 데이터 분야에서는 INEGI, 세무·회계·관세 분야에서는 SAT, 외교 분야에서는 Servicio Exterior Mexicano처럼 전문분야에 따라 서로 다른 공직시장이 존재한다.


멕시코 공직의 문은 하나가 아니다. 그리고 어렵게 그 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철밥통’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 된 순간부터 더 중요한 문제가 시작된다. 자신이 Base인지 Confianza인지, 노조의 보호를 받는지, 정치적 임명과 얼마나 가까운 직위인지에 따라 한 사람은 여러 대통령을 거치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6년 뒤 책상을 비워야 할 수도 있다.


멕시코 공직사회의 진짜 계급은 직급표보다 고용신분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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