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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사 3> 차풀테펙은 어떻게 권력의 공간에서 모두의 숲으로 바뀌었나


차풀테펙의 세 번째 역사는 가장 현대적이지만, 어쩌면 가장 복잡한 시대이기도 하다. 왕과 총독, 황제와 대통령의 공간이었던 이 숲은 19세기 말과 20세기를 거치며 점차 시민의 공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개방이 아니었다. 차풀테펙은 멕시코가 근대 국가로 자신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재설계된 도시 프로젝트였고, 동시에 역사·문화·환경을 한데 묶은 국가적 전시장이 됐다. 오늘날 차풀테펙을 걷는다는 것은 곧 멕시코가 스스로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가를 따라 걷는 일과도 같다.

멕시코 국립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차풀테펙을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도시 공원으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는 포르피리오 디아스 시대였다. 1895년에는 이곳을 진정한 공공 휴식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위원회가 조직됐고, 산책로와 인공호수, 조경 시설이 조성됐다.


INAH는 이 재정비가 프랑스 불로뉴 숲과 유사한 형식의 길과 경관을 참고해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즉 차풀테펙은 자연 상태의 숲으로 남지 않았다. 근대화된 수도에 걸맞은 문명화된 공원으로 ‘설계’되었다. 이 시기부터 차풀테펙은 국가 권력의 전용지에서 점차 대중에게 열리는 도시 공공재로 성격을 바꾸기 시작한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이 변화는 더욱 본격화된다.

대통령 권력의 기능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고, 문화기관과 박물관, 기념시설이 차풀테펙 안으로 들어서면서 숲은 하나의 거대한 시민 교육장으로 재편된다. 차풀테펙 성은 결국 국립역사박물관의 본거지가 됐고, 숲은 멕시코 역사를 해설하는 야외 복합단지가 되어 갔다.


프로 보스케 차풀테펙은 1939년 라사로 카르데나스가 성을 국립역사박물관의 자리로 정하면서 오늘의 역할이 확정됐다고 설명한다. 과거 대통령의 거처였던 장소가 국가의 공식 기억을 전시하는 박물관으로 바뀐 셈이다.


그 결과 차풀테펙은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멕시코의 국가서사를 압축한 문화 지형이 되었다.

현재 차풀테펙에는 국립인류학박물관, 현대미술관, 동물원, 호수, 산책로, 각종 기념비와 전시 공간이 밀집해 있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차풀테펙이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첫 번째 구역에 대표적 명소가 가장 많이 집중돼 있다고 설명한다. 한 장소 안에 선사시대 유물, 식민지 유산, 근현대 미술, 환경 교육, 대중 여가가 함께 공존하는 구조는 차풀테펙의 독특한 성격을 보여준다.


숲은 더 이상 단일 기능의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일상, 관광과 교육, 자연과 국가 상징이 겹쳐진 살아 있는 기록보관소다.



이 숲의 규모 또한 상징적이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차풀테펙: 자연과 문화(Chapultepec: Naturaleza y Cultura)’ 프로젝트를 통해 4개 구역이 연결되면 총 744헥타르 규모의 공간으로 통합된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공식 자료는 이 사업이 문화, 환경, 연결성이라는 세 축 위에서 추진됐으며, 보행 연결로와 교량, 문화시설, 생태 복원 사업이 함께 진행됐다고 설명한다. 이는 차풀테펙이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21세기 수도권 공간정책의 핵심 현장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재생 사업은 동시에 차풀테펙의 정체성을 둘러싼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숲은 누구의 것인가.

국가가 역사와 문화를 집중 배치한 거대한 프로젝트가 시민의 접근성을 넓히는가, 아니면 또 다른 상징 정치의 무대가 되는가. 멕시코시티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집단적이고 포용적인 공간”으로 설명하며, 환경 복원과 문화 접근권 확대를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제3·제4구역 정비, 환경복원, 문화시설 확충, 그리고 새로운 연결 교통수단 도입이 추진됐다. 하지만 차풀테펙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보호구역 보전과 개발, 대중 접근과 환경 부담 사이의 균형은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차풀테펙은 더 이상 과거 권력자의 사적인 풍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숲은 해마다 약 2천만 명이 찾는 공간으로 소개되며, 바쁜 주말과 공휴일에는 하루 20만 명 이상이 몰리기도 한다.

또한 약 20만 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식물, 균류, 야생생물 종이 기록돼 있어 ‘멕시코시티의 허파’로 불린다. 이 숫자들은 차풀테펙이 문화유산인 동시에 대도시 생태 인프라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대의 샘과 수로에서 시작된 장소가 오늘날에는 공기와 그늘, 휴식과 기억을 공급하는 시민의 숲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차풀테펙의 공공성이 단지 무료 개방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숲은 멕시코인들에게 국가가 누구였는지, 도시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리고 자연을 어떤 방식으로 정치와 문화 속에 편입시켜 왔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동물원과 박물관을 통해 국가의 상징을 배우고, 가족들은 호수와 숲길에서 일상의 휴식을 얻으며, 관광객은 성과 기념비를 통해 멕시코 역사 전체를 압축적으로 마주한다. 이처럼 차풀테펙은 멕시코의 과거를 전시하면서 동시에 현재의 시민성을 훈련하는 장소다.


결국 차풀테펙의 세 번째 역사는 민주화된 공간의 역사라기보다, 권력의 상징이 공공 기억으로 번역되는 과정의 역사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왕실의 숲, 식민 권력의 정원, 전장의 성채, 황궁과 대통령 관저였던 곳이 이제는 박물관과 산책로, 문화시설과 생태회복 사업이 어우러진 시민의 숲이 됐다. 그러나 그 이전의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오늘의 차풀테펙을 만든다. 그래서 이곳은 공원이면서 기록보관소이고, 휴식처이면서 국가의 자서전이다.


멕시코시티의 한복판에서 차풀테펙이 여전히 특별한 이유는, 이 숲이 단 한 시대의 유산이 아니라 멕시코 전체의 시간이 켜켜이 퇴적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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