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현금 없는 경제' 전환 시동…동네가게까지 QR 결제 확대

멕시코 정부가 일상생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현금 사용을 줄이고 휴대전화와 QR코드를 이용한 디지털 결제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에 나섰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뿐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와 노점, 개인 서비스업자까지 디지털 금융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가 2027년도 경제패키지와 함께 연방의회에 제출한 ‘디지털 및 전자결제를 위한 디지털경제법(Ley de Economía Digital para Pagos Digitales y Electrónicos)’은 멕시코은행(Banxico)의 은행간전자결제시스템 SPEI와 QR 기반 결제수단 CoDi의 사용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은 지난 9월 연방하원에 제출됐다.
멕시코 정부가 디지털 결제 확대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높은 현금 의존도다.
정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500페소 이하 소액 구매에서 현금을 자주 사용하는 비율은 2021년 90.1%에서 2024년 85.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전자이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은 같은 기간 1.6%에서 4.4%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고객이 자신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에서 CoDi를 선택한 뒤 상점의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고 금액을 확인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실제 송금에는 약 4~5초가 걸린다.
상점 입장에서는 별도의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결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계산대에 QR코드를 붙여 놓거나 판매자가 휴대전화에서 거래용 QR코드를 생성하면 된다. SPEI와 CoDi를 통한 거래에는 고객과 판매자에게 결제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의 주요 대상은 카드결제 수수료와 단말기 비용 때문에 현금거래에 의존해 온 소규모 사업자들이다. 동네 식료품점이나 타코 노점뿐 아니라 배관공·전기기사 등 독립적으로 일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도 스마트폰과 은행계좌만 있으면 디지털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규모 사업자를 위한 간편 계좌인 ‘N2 Bis’도 추진하고 있다. 간단한 신분확인으로 원격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디지털 송금을 포함한 거래한도를 최대 13만5천 페소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디지털 결제 확대에는 또 다른 목적도 있다. 현금으로 매출을 받던 소규모 사업자가 QR 결제를 이용하면 은행계좌에 거래기록이 축적된다. 금융기관은 이를 사업자의 금융 이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 향후 대출과 다른 금융상품에 접근하기 쉬워질 수 있다.
동시에 정부가 강조하는 것이 비공식 경제의 ‘공식화(formalización)’다. 현금거래와 달리 디지털 결제는 거래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업자의 실제 경제활동을 금융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고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디지털화가 결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상업활동의 공식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기관도 변화 대상이다. 법안은 연방·주·지방정부가 행정절차와 공공서비스에서 전자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주유소와 고속도로 요금소에서도 현금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멕시코에서 현금을 없애거나 현금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현금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사업자가 디지털 결제를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 장애 등으로 전자결제가 불가능할 경우 현금이나 수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돼 있다.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고령층과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QR 결제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모든 거래가 디지털 기록으로 남는 데 대한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보안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결국 셰인바움 정부의 목표는 ‘현금을 없애는 것’보다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환경’을 만드는 것에 가깝다. 이미 구축된 SPEI와 CoDi를 활용해 카드 단말기와 수수료라는 장벽을 낮추고, 지금까지 현금을 주로 사용해 온 수많은 동네가게와 자영업자를 디지털 금융망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500페소 이하 소액거래의 약 85%가 여전히 현금으로 이뤄지는 멕시코에서 이 정책이 정착한다면, 앞으로는 타코 한 접시나 동네가게에서 생필품을 구입할 때도 현금 대신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는 모습이 일상적인 풍경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