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자본이 만든 '기업제국'…"가장 큰 토종기업은?"

멕시코 경제를 이야기하면 미국의 Walmart와 General Motors, 스페인의 BBVA 같은 다국적기업이 먼저 떠오르지만, 멕시코 자본으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토종기업도 적지 않다. 통신의 América Móvil, 유통·음료의 FEMSA, 식품의 Grupo Bimbo, 광산·철도의 Grupo México, 금융의 Banorte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외국기업의 멕시코 자회사를 제외하고 멕시코에서 창업해 현재도 멕시코 자본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 가운데 가장 큰 회사는 어디일까. 2025년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민간기업 가운데 선두는 카를로스 슬림 가문이 지배하는 América Móvil이다.
Expansión이 발표한 ‘멕시코 500대 기업 2026’에서 전체 1위는 국영 석유회사 Pemex로 매출 1조5,285억 페소였다. 2위는 Walmart de México였지만 미국 Walmart가 지배하는 외국계 기업이다. 그 다음인 América Móvil이 9,436억 페소로 전체 3위에 올랐다. 따라서 국영기업과 외국계 지배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멕시코 최대 민간 토종기업이다.
América Móvil은 Telcel·Telmex·Claro 등을 거느린 중남미 최대급 통신그룹으로 멕시코뿐 아니라 중남미와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이동통신·인터넷·유선전화·기업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자체 자료에서 2025년 매출은 약 525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소유구조다. América Móvil은 멕시코와 미국 증시에 상장된 공개기업이어서 세계 각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권은 여전히 슬림 가문에 있다.
2025년 3월 말 기준 슬림가 가족신탁(Family Trust)이 전체 주식의 29.2%, 슬림 가문이 지배하는 Control Empresarial de Capitales가 17.9%, 카를로스 슬림 엘루 개인이 8.6%를 보유했다.
여기에 다른 가족 구성원의 직접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슬림 가문이 회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América Móvil 스스로도 미국 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슬림 가문이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América Móvil 다음으로 규모가 큰 멕시코 토종기업은 몬테레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FEMSA(Fomento Económico Mexicano)다. FEMSA의 2025년 매출은 8,409억5,400만 페소, 약 467억 달러였다. América Móvil과의 차이가 크지 않다.
FEMSA는 1890년 몬테레이에서 출발해 135년 동안 성장한 멕시코의 대표적인 기업집단이다.
현재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사업은 멕시코 전역에서 볼 수 있는 OXXO다. 여기에 세계 최대급 코카콜라 병입회사인 Coca-Cola FEMSA를 지배하고 있으며 편의점·음료·주유·금융 및 디지털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Coca-Cola FEMSA라는 이름 때문에 FEMSA 자체를 미국 Coca-Cola가 소유한 회사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FEMSA는 별도의 멕시코 기업이며 Coca-Cola FEMSA는 FEMSA가 지배하는 병입회사다. 미국 Coca-Cola Company 역시 Coca-Cola FEMSA의 주요 주주이지만 FEMSA 그룹 자체의 모회사는 아니다.
식품산업에서는 Grupo Bimbo가 멕시코 기업의 가장 성공적인 세계화 사례로 꼽힌다.
1945년 멕시코시티에서 설립된 Bimbo는 2025년 매출 약 4,270억 페소를 기록했다. Expansión 기준 멕시코 전체 기업 가운데 9위에 해당한다.
Bimbo의 특징은 단순히 멕시코 최대 제빵회사가 아니라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제빵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Bimbo, Marinela, Tía Rosa, Barcel을 비롯해 각국에서 인수한 수많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광업과 철도에서는 Grupo México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2025년 매출은 약 3,494억 페소로 Expansión 순위 11위다. Grupo México의 핵심은 세계적인 구리 생산기업 Southern Copper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멕시코와 페루의 대형 광산을 운영하며 철도회사 Ferromex 등을 통해 멕시코 화물철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소유구조도 매우 명확하다. 회사 공시자료는 라레아(Larrea) 가문이 Grupo México 자본의 과반을 지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회장 헤르만 라레아 모타 벨라스코가 그룹의 핵심 경영자다.
금융에서는 Grupo Financiero Banorte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멕시코의 대형은행 시장은 BBVA, Santander, HSBC, Scotiabank, Citibanamex 등 오랫동안 외국계 금융그룹의 영향력이 컸다. 이 가운데 Banorte는 멕시코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형 금융그룹이다. Expansión 집계 2025년 수입은 약 5,217억 페소로 전체 기업 순위 8위에 올랐다.
Banorte의 2025년 순이익은 587억9천만 페소로 전년보다 5% 증가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8%에 달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카를로스 행크 곤살레스다.
이를 종합하면 2025년 매출 기준 멕시코 주요 토종 민간기업의 규모는 대략 América Móvil 9,436억 페소, FEMSA 8,410억 페소, Banorte 5,217억 페소, Grupo Bimbo 4,270억 페소, Grupo México 3,494억 페소 순이다. 업종 특성상 금융회사의 ‘수입’을 제조·통신기업의 매출과 완전히 동일한 개념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멕시코 국내시장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mérica Móvil은 중남미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통신기업이 됐고, Bimbo는 해외기업을 잇달아 인수해 세계 최대 제빵기업으로 성장했다. Grupo México는 미국과 페루까지 광업·철도 사업을 확대했고 FEMSA 역시 중남미와 유럽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가문 자본과 전문경영·증권시장이 결합된 소유구조다.
América Móvil의 슬림 가문, Grupo México의 라레아 가문처럼 창업자 또는 지배가문이 상당한 지분과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주식을 공개하고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순수 멕시코 자본 기업’을 외국기업의 자회사가 아니라 멕시코에서 만들어져 현재도 멕시코 측이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기업이라는 의미로 정의한다면, 2026년 현재 가장 규모가 큰 대표기업은 América Móvil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멕시코 기업의 저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한 회사의 순위보다 산업별 분포다. 통신에는 América Móvil, 소비·유통에는 FEMSA, 금융에는 Banorte, 식품에는 Bimbo, 광업·철도에는 Grupo México가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다국적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멕시코에서 이들 기업은 단순한 ‘현지기업’을 넘어 해외에서 직접 외국기업들과 경쟁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외국자본을 생산기지로 끌어들이는 것만큼이나, 멕시코 자본이 해외시장을 사들이며 성장해 왔다는 사실이 오늘날 멕시코 경제의 또 다른 얼굴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