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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안락사 합법화 시민발의 1만4천명 돌파…'죽음을 선택할 권리' 다시 쟁점으로

22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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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중증·불치병 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생을 끝낼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시민발의가 빠르게 지지를 모으면서 안락사 합법화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민단체 ‘Libertad para Morir(죽을 자유)’가 추진하는 법안은 서명 마감까지 약 두 달을 남겨놓은 가운데 이미 1만4천명 이상의 시민 지지를 확보했다. 단체는 특히 젊은 층의 참여가 예상보다 활발하다며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세대별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이 추진하는 것은 단순히 환자가 요청하면 즉시 안락사를 허용하는 제도가 아니다. 법안에는 생명을 끝내는 의료행위를 허가하기 전에 세 단계의 의료적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포함돼 있다.

대상자는 중증이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어야 하며,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와 치료 가능성, 의사결정 능력 등을 단계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환자가 외부의 강요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결정을 내렸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도 핵심적인 조건이다.


특히 경제력이 없는 환자도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불치병 환자에게 관련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내용도 제안에 포함됐다. 안락사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 만들지 않겠다는 취지다.


현재 멕시코에서 적극적 안락사(eutanasia activa)는 합법이 아니다.

멕시코의 일반보건법(Ley General de Salud)은 환자의 생명을 끝낼 목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의사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환자가 모든 연명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멕시코에서는 말기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완화의료를 선택하는 이른바 ‘존엄한 죽음(muerte digna)’과 사전의료의향서(voluntad anticipada) 제도가 이미 여러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두 개념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연명치료 중단은 환자의 자연적인 사망 과정을 인위적으로 연장하지 않는 것이지만, 적극적 안락사는 의료진이 약물을 투여해 의도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다. 이번 시민발의가 법제화를 요구하는 것은 후자에 해당한다.


‘Libertad para Morir’ 측은 현재 제도만으로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일부 불치병 환자에게 충분한 선택권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치료 가능성이 없고 지속적인 고통을 겪는 성인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반복적인 의료심사를 거친 뒤 자신의 삶을 끝낼 시점을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안락사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도 예상된다. 의료계와 종교계, 생명윤리 전문가 사이에서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고령자·장애인·경제적으로 취약한 환자가 가족이나 사회의 부담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도록 압박받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따라서 법제화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자의 의사가 명확하고 지속적인지, 판단능력이 충분한지, 치료와 완화의료라는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제공받았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시민발의가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법안을 의회 심의 단계로 올리기 위해 서명을 모으는 절차라는 점이다. 필요한 법정 서명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제안은 정식 입법논의 대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현재 1만4천명을 넘어선 서명이 마감일까지 얼마나 늘어날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안락사 합법화를 둘러싼 멕시코의 논쟁은 결국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와 ‘회복 가능성이 없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결정할 개인의 권리’를 어디에서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로 모아진다.


이번 시민발의가 의회의 문턱을 넘게 된다면 멕시코에서도 그동안 연명치료 중단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존엄한 죽음’의 범위가 적극적인 안락사까지 확대될 것인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사회적 논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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