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99% 근로계약서 없어…사회보험 미가입으로 연간 460억 페소 '손실'

멕시코에서 가사도우미와 가정 내 돌봄 노동자 약 230만 명이 일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99%는 서면 근로계약서조차 없고 대부분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법률이 개정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실제 근로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0월 7일 멕시코 언론 아니말 폴리티코(Animal Político)가 보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의 가사노동자(Trabajadoras del hogar) 약 230만 명 가운데 서면 근로계약서(Contrato de trabajo)를 가진 사람은 1%에 불과했다. 멕시코 사회보험청(IMSS)에 가입한 비율도 3.4%에 그쳤다.
가사노동자는 일반 가정에서 청소와 세탁, 요리, 어린이와 노인 돌봄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이며, 일반 기업 근로자와 달리 개인 가정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공공정책 연구기관 에토스(Ethos Innovación en Políticas Públicas), 아비나 재단(Fundación Avina),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프로젝트(ProDESC), 옥스팜 멕시코(Oxfam México) 등이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조사 결과 가사노동자 10명 가운데 6명은 법률이 정한 유급휴가와 연말 상여금 등 기본적인 노동복지 혜택(Prestaciones laborales)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가사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남성보다 34.8% 낮았다. 가사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가구는 약 160만 가구로, 고용주들의 평균적인 경제·생활 여건은 멕시코 전체 평균보다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 참여한 가사노동자들은 상당수 고용주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근로계약과 사회보험 가입을 비용 부담으로 여기거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사회보험 미가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다.
연구진은 가사노동자들의 사회보험 미가입으로 멕시코 사회보험청(IMSS)이 연간 약 460억8,800만 페소(46,088 millones de pesos)의 고용주 보험료를 징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정부가 실제로 지출한 손실금이나 확정된 체납액이 아니라, 가사노동자들이 법에 따라 사회보험에 가입했다면 징수할 수 있었을 보험료를 계산한 추정치다. 연구진은 사회보험 미가입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국가 사회보장제도의 재정 기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2019년 연방노동법(Ley Federal del Trabajo)을 개정해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명확히 인정했다. 개정된 법률 제331조의3(Artículo 331 Ter)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때는 반드시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에는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급여, 휴가, 휴식일, 고용 종료 조건 등을 명시해야 한다.
고용주는 사회보험 가입 외에도 최저임금, 유급휴가(Vacaciones), 휴가수당(Prima vacacional), 연말 상여금(Aguinaldo) 등 법률에 따른 근로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가사노동자의 IMSS 가입은 고용주가 선택하는 복지혜택이 아니라 법적 의무다. 일주일에 하루 또는 며칠만 일하는 가사도우미도 고용 형태에 따라 보험 가입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는 여전히 극히 적다.
IMSS가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가사노동자 보험 가입 일자리는 5만7,65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65%, 남성은 35%였으며, 신고된 평균 일급은 501.6페소였다.
이는 전체 가사노동자 약 230만 명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연구보고서의 가입률 3.4%와 IMSS 행정자료는 조사 시점과 집계 기준이 달라 단순히 같은 통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가사노동자들은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비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휴가와 산업재해 보상, 노후연금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가사노동자가 여러 가정에서 요일별로 일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 단위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월 단위 납부보다 비용이 17.7% 높아질 수 있다. 일부 노동자는 보험 적용일이 아닌 날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 근무일과 의료보장 기간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연결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적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도 문제로 나타났다. 가사노동자들은 대부분 개인 가정에서 단독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노동조건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고용주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사회보험 가입을 요구했다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
노동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해결은 쉽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분쟁조정센터(Centros de Conciliación)에 접수된 가사노동 관련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원까지 진행된 344건의 소송 중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48건에 불과했으며,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도 많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단순히 고용주에게 자발적인 가입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감독과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사노동자 고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등록체계 마련, 사회보험료 납부절차 간소화, 노동감독 기준 정비, 고령 가사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 등을 제안했다.
멕시코 노동부(Secretaría del Trabajo y Previsión Social·STPS)도 가사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 확대를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도 가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연구는 멕시코 가사노동자들이 법적으로는 일반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았지만 실제 일터에서는 여전히 상당수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IMSS 가입은 고용주의 호의가 아니라 법적 의무다.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뿐 아니라 고용주의 책임 이행과 정부의 실질적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