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멕시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부다처 커플에게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하면서도 일부다처 가족도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멕시코에서 일부다처제(Poliamor) 결혼이 합법적인지 궁금한 적이 있나요?
전통적인 가톨릭 가치관은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부부와 가족이 형성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결혼은 사람들이 연애 또는 성적인 관계를 맺는 기본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결혼은 원래 종교적 관습이었지만 1850년대 후반 베니토 후아레스 대통령이 교회와 정부를 분리하면서 결혼도 법적 관습이 되었다.
이러한 전통으로 인해 사람들은 당연히 이성애와 일부일처제 관계로 결혼하여 자녀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 동안 멕시코 사회는 크게 변화하여 다양한 유형의 관계가 대중의 눈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멕시코는 2015년부터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고, 현재 10개 주에서 동성 커플의 입양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진전은 동등한 권리와 가족의 권리를 위해 끊임없이 옹호해 온 단체와 기관의 노력 덕분이다.
멕시코의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새로운 수용은 일부일처제, 즉 한 명 이상의 파트너를 갖는 관행, 일부다처제, 즉 한 번에 두 사람 이상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다른 유형의 관계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실제로 멕시코 엘리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멕시코인의 25% 이상이 동시에 두 명 이상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면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4월, 멕시코 대법원(SCJN)은 폴리아모리(Polyamory
일부다처제) 에 관한 판결을 내렸는데 멕시코 사회, 심지어 법까지 다양한 가족 및 관계 모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 멕시코 법률은 일부다처제에 대한 규제나 인정하는 법규는 없는 상태다)
사건을 법정행으로 끌고간 원고들은 어떤 논리로 무엇을 요구했을까?
문제의 커플은 원래 2022년에 푸에블라에서 결혼할 수 있는 암파로(Amparo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 보호)를 부여받았다. 원고들은 푸에블라 민법에서 결혼과 동거를 정의하는 방식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일부다처 가정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결혼과 동거는 두 사람 사이의 법적 계약으로만 정의되기 때문에 다자간 관계는 제외된다. 원고들은 특정 세금 혜택, 사회 보장 또는 자녀에 대한 법적 보호와 같은 결혼 또는 동거 관계와 동일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는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 헌법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원고들의 주장이 옳았다면 법원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연방 형법에서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혼인을 계약한 사람에게는 최대 5년의 징역 또는 180~360일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되어 있어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나?
멕시코 대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판결문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첫째, 폴리아모리(Poliamor)는 성적 지향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 때문에 푸에블라의 결혼 정의는 성적 지향에 따라 불공평하지 않다고 밝혔다.
즉, Poliamor 가정을 결혼법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원이 원고들의 의견에 동의하여 결혼 구성원 수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고 해도 이혼이나 자녀 양육권 등 결혼에 관한 다른 모든 규칙이 두 사람(부부)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다처 가족도 정부로부터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다.
재산 및 상속권에 대한 권리는 보장하지 않았지만 위자료 및 미망인 연금과 같은 유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인정했기 때문이다.
SCJN(멕시코 대법원)은 "모든 가족이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헌신뿐만 아니라 사랑, 성적, 지지적인 관계의 존재”라면서 멕시코인들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는 일부일처제 이성애 커플뿐만 아니라 모든 다양한 형태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은 멕시코의 현행법이 일부다처제와 같은 모든 종류의 가족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가족을 정부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밝혔다.
오히려 이 사건은 일부다처제 가족도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입법자들이 이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여한 계기가 됐다.
다만, 법원은 원고들이 과거에 일부다처제 또는 다른 유형의 관계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사건을 각하 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 4월의 대법원 판결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자 하는 다양한 가족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 법원이 일부다처 관계를 인정하고 그 정의(성별에 관계없이 두 사람 이상이 지식, 동의, 정직, 존중, 책임, 비소유,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친밀하고 사랑스럽고 성적, 애정적인 관계)를 내린 것은 이들 가족에게 청신호가 됐기 때문이다.
더 많은 변화의 징후
작년에 교육부(SEP)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새 교과서에 아빠 둘, 엄마 둘, 자녀가 없는 가족, 입양아 가족 등 다양한 종류의 가족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으면서 변화하는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란 단순히 삶을 함께 공유하기로 선택한 사랑의 유대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멕시코의 가치관이 다양한 관계 방식을 수용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중요한 발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Poliamor en México와 같은 그룹은 다자간 연애를 하는 사람들을 연결하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일처제와 일부다처제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와 소셜 미디어 계정도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Rico y bonito, Gotitas de poliamor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 멕시코 사람들은 일부일처제 결혼도 하나의 유효하고 독특한 관계 방식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효한 다른 삶의 방식(일부다처제 등)이 있다는 것도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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