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되기 힘드네" 학대, 괴롭힘으로 '건강의 노예'가 되어가는 멕시코 수련의
- 멕시코 한인신문
- 4월 19일
- 4분 분량

멕시코에서 의사가 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가 않다. 전문의 과정에서 의사나 선배로부터 온갖 수모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의료 인턴의 불만 중 절반은 '인권침해' 로 나타났다.
이는 곧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멕시코의 전반적 의료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도를 받아야 하는 을의 입장인 인턴(수련의)과 레지던트(전공의) 들은 침묵으로 이를 견디고 있으며 일부에 의해 문제 제기도 있지만 감독기관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의대 수련의로 근무하는 동안 정교수인 의사가 가하는 수많은 폭력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전문화 교육기간 동안 인권과 노동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아 정신 건강 문제, 중독, 폭력의 악순환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며 환자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최대 120시간 연속 근무를 하기도 하며 5일 동안 집에 가지 않고 병원에서 잠을자면서 부실한 식사로 인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기도 한다.
늦은 밤에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4시간마다 셀카를 찍어보내라는 지시에서 근로자이자 학생으로 인정받는 연방 노동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경우다.
의대 레지던트 과정을 계획, 진행, 평가하는 책임자이자, 그들의 전문적인 미래를 손에 쥐고 있는 교수나 의사들의 명령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존재로 감히 거스를수가 없어 지금도 폭력행위는 만연하고 있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험에 빠뜨린 학대에 대해 병원이나 교육부, 내부통제기관(OIC)에 불만을 제기하지만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된다. 심지어 목소리를 낸 해당 레지던트는 의대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2018년부터 2025년 초까지 멕시코 사회보장원(IMSS), 공무원 사회보장원(ISSSTE), 멕시코 국영석유회사(Pemex), 연방보건부(SSa)의 OIC와 Gea González, Eduardo Liceaga 와 같은 지역 및 종합병원은 레지던트 의사로부터 202건의 불만이 접수되었는데 이는 의료 인턴들이 자신들이 겪는 체계적인 침해에 직면했을 때 종종 시도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예를 들어, 2023년에 ISSSTE의 1° de Octubre 지역 병원에 배정된 레지던트 그룹이 OIC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3년차 의사가 1년차 레지던트들이 프린터와 기타 의료용품을 구매하기를 거부하자,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목욕이나 식사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시킬 권리 없이 한 달 이상 병원에서 생활해야 했으며, 끊임없이 경비를 서도록 강요했다"고 적혀 있다.
수련을 받는 의사들은 고위 의사들에게 새해 선물을 제공해야하는 것은 물론, 선임 레지던트들의 별명, 모욕, 위협이 그들의 일상이 되었으며 심리적 폭력과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고서에는 나와있다.
레지던트들은 이미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대 의대 7년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했으며, 일반 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일반의사 자격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전문의 과정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의대 레지던트 지원자를 위한 국가 시험(ENARM)에 합격해야 하는데 'ENARM'으로 불리는 이 시험은 점수를 기준으로 100명 중 2명만이 원하는 전문직에 도달할 정도로 좁은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합격하면 공립 및 일부 사립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학문적, 실무적 지식을 갖추게 된다.
모두 합칠 경우 최대 13년이 걸릴 수 있는데 멕시코 의료 시스템에 필수적인 심장내과 의사, 소아과 의사, 신경과 의사, 마취과 의사 등 많은 전문의가 이 과정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과 근로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8,000~15,000페소로 거의 교통비만 제공받는 정도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현직 의학박사인 Sarahí Valdez 박사는 게레로 아카풀코의 Ciudad Renacimiento에 있는 Dr. Donato Alarcón 종합병원에서 내과 전문의 준비 과정에서 "앉는 것을 금지당하고, 힘든 작업일과 위협, 그리고 공급품 부족을 메우라는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회상한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그들은 제도화된 임상 노예로 밤, 이른 아침, 또는 주말에 필요한 지원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수련 의사들이며, 신체적, 성적, 심리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을 포함한 체계적인 폭력 속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국제 집단 건강 및 문화 간 건강 네트워크(Redsacsic) 이사회 회장이자 의사인 도노반 카사스 파티뇨는 비판하고 있다.
대부분의 레지던트들은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꿈이 좌절될까 두려워, 전체 82%가 자신이 겪고 있는 폭력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카르텔과 같은 조직화된 의료 영역에서 그래야만 무사히 과정을 마칠수 있기 때문이다.
불만은 선례가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종종 피해를 입으며, 시스템 자체가 그들을 쫓아내고 있다.
멕시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의료인 부족 위기를 겪으면서 의사를 늘리기 위해 2021년부터 거의 배에 이르는 정원으로 늘렸다.
작년인 2024년에는 한 해 의사가 53,000명이 배출되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27,000명이었는데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공식 의사로 활동하게 되는 이들은 대부분 첫 근무지로 사회보험기관인 IMSS에 26,964명)명, SSa에 17,902명, ISSSTE에 8,610명에 배속되어 의료인으로 환자를 돌보게 된다.
이외에도 멕시코 국영 석유 회사(Pemex), 국방부(Sedena), 해군부(Semar)에 속한 병원에도 파견되어 전문의로 진료를 하게된다.
"수련 의사들은 멕시코 국민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다. 의료 연수생이 의료기관의 운영 기둥이지만 어느 날 수련의들이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이 붕괴될 것" 이라며 수련 기간 동안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엄한 치료를 장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변화된 인식이 그나마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공 시스템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존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업무는 종종 무시되고 불만은 침묵으로 일축되면서 폭력은 만연하고, 압박감으로 인해 우울증, 학업 부진, 비인격화, 중퇴율 증가로 중도 포기하거나 자살하기도 하며 심지어 불법 약물을 사용하는 레지던트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멕시코 의료계 현실, 이를 두고 "폭력적인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변화에 대한 호소
2019년에 레지던트 의사들의 가장 최근의 전국적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인권침해와 임금체불 등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불만들이 단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는 전국의 레지던트들을 하나로 모으는 운동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들은 의대 레지던트 전국 총회(ANMR)에서 노동권 인정,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제한된 근무 시간,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레지던트 운영 방식 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며 법률 개정안, 상원과 하원에 제출한 문서, 금지명령, 소송 등을 통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의료계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국립의학협회(ANMR)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의사는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비만 의사가 많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높아 평균 수명도 일반 국민들의 기대수명에 비해 더 짦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타인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숭고한 책임감에 대한 경의와 고단함에 대한 격려가 필요한 이유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이 폭력, 괴롭힘, 굴욕이 가해지는 환경에서 배우면서 우울증, 불안 발작 및 기타 건강 문제에 대해 자신을 상담하기도 한다는 멕시코 수련의. 멀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료계의 현실과 오버랩되고 있다.
멕시코 수련의는 지금 지쳐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