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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EC 재검토 앞두고 멕시코·미국, '아시아산 대체' 공조 본격화

에브라르드 “공급망을 북미로 되돌려야”…반도체·의약품 원료·첨단 석유화학이 핵심, 철강·전기차·핵심광물도 협상 의제로 부상

멕시코와 미국이 T-MEC(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재검토를 앞두고 아시아산 수입품을 북미산 생산으로 대체하는 공동 의제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장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과의 협의를 설명하며 “아시아 수입을 대체할 공급망” 구축이 핵심 대화 주제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북미 내부에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조달하는 산업 재편 구상에 가깝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2026년 7월 예정된 T-MEC 재검토가 있다.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와의 교역은 유지하되,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규정과 공급망을 다시 짜려 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관세 충돌을 줄이고 협정을 유지하는 대신, 북미 생산 비중을 높이는 산업정책을 협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무엇을 아시아산에서 대체하려는가다. 현재까지 에브라르드가 직접, 비교적 구체적으로 언급한 품목군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반도체와 칩이다. 둘째는 의약품 원료, 특히 API(활성의약품원료)와 KSM(핵심출발물질)이다. 셋째는 첨단 석유화학 분야다. 에브라르드는 북미가 이들 전략 품목에서 아시아, 특히 중국에 80~90% 수준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이번 구상의 상징적인 품목이다.

멕시코 정부는 자동차, 전자, 산업장비 생산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핵심 칩 상당수를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에브라르드는 “모든 수입을 한 번에 끊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외부 충격에 버틸 만큼 충분한 비중은 북미 내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멕시코가 단순 조립기지를 넘어 반도체 관련 후공정·부품·연관 소재 생산까지 넓히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약품 분야는 더 절박한 영역으로 꼽힌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API와 KSM처럼 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원료 단계에서 멕시코의 대외 의존도가 약 85~9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는 “이 원료가 들어오지 않으면 약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며, 북미 차원의 공급망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앞으로 대체 대상이 되는 아시아산 품목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것은 완제품 약보다도 약의 원재료와 중간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여기에 첨단 석유화학이 함께 거론된다. KSM과 일부 화학 중간재가 석유화학 고도화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북미가 의약품, 특수화학, 고부가 제조업을 키우려면 플라스틱, 특수수지, 화학 전구체 같은 중간재를 역내에서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이 부분은 멕시코의 전력·에너지 인프라 부족이 병목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에브라르드가 직접 열거한 핵심 품목 외에, T-MEC 재검토 과정에서 함께 묶여 논의되는 전략 분야도 있다. 엘파이스와 엘 피난시에로 보도를 보면 미국 측은 철강, 반도체, 전기차, 핵심광물을 중국 견제와 공급망 재편의 전략 분야로 보고 있다. 다만 여기서는 구분이 필요하다. 이들 품목은 “에브라르드가 대체 대상으로 직접 상세 열거한 목록”이라기보다, 미국이 북미 규칙 강화와 대중국 견제를 위해 협상 테이블에 올린 전략 산업군에 더 가깝다.


특히 자동차와 전기차 분야에서는 부품의 원산지 규정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은 북미산 인정 범위를 강화해 중국산 부품이나 소재가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줄이려 하고 있다. 이 경우 대체 대상은 완성차 그 자체보다도 배터리 소재, 전장부품, 특수강, 희토류·광물 기반 부품으로 넓어질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아직 협상 중인 사안으로, 최종 문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핵심광물도 빠질 수 없다. 최근 멕시코와 미국은 리튬, 코발트, 알루미늄, 은 등 배터리·반도체·전자 산업에 필요한 전략 광물 협력을 별도로 진전시키고 있다. 이는 아시아산 완제품을 직접 대체한다기보다, 그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소재 공급망을 북미권으로 묶으려는 사전 작업에 가깝다.


정리하면, 이번 “아시아산 대체” 구상에서 현재까지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는 품목은 반도체, 의약품 원료(API·KSM), 첨단 석유화학 중간재다. 여기에 협상 확장 분야로 철강, 전기차 관련 부품·소재, 핵심광물이 붙는 구조다. 따라서 “아시아 제품을 전반적으로 바꾼다”기보다, 북미 산업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중간재·핵심부품부터 대체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이것이 위기이자 기회다. 미국의 압박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경우 중국산 우회생산 통로로 의심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북미 공급망 재편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을 경우 투자와 제조업 고도화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전력, 물류, 석유화학, 기술인력 같은 기초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결국 에브라르드가 말한 “아시아 수입 대체”는 생활용 소비재 전반을 북미산으로 바꾸겠다는 뜻이 아니다. 초점은 분명하다. 칩, 의약품 원료, 첨단 화학소재, 그리고 자동차·전기차·철강·핵심광물로 이어지는 전략 제조업 공급망을 북미 내부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T-MEC 재검토는 이제 관세 문제를 넘어, 북미가 어디까지 중국과 아시아를 대체할 수 있느냐를 가르는 산업지형 재편 협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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