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꼽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기업유치 의지와 낮은 임금, 여기에 더해 공무원들의 청렴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면에서 멕시코는 낮은 임금과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각국의 기업들이 멕시코로 몰려오고 있지만 이 같은 장점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의 속앓이가 상당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부 공무원들의 부패와 늦장 일처리이지만 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역을 사실상 장악하다시피한 토착 갱단들의 갈취 행위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은 말할것도 없고 세계적인 대기업들도 이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나마 안전하다는 수도인 멕시코시티는 사실상 사무실 용도이고 제조 공장이 들어서는 곳은 대부분 이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들이다. 실제, 공장들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 지역과 중부도시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들 지역 모두가 강력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고 있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외국 기업들의 주요 투자지역을 보면 누에보레온주, 과나후아또주, 티후아나 지역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모두 국경과 가깝거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주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로 기업들도 당연히 이곳을 선호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해당 지역들은 주요 갱단들의 근거지이며 경찰들의 지역 통제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낮에는 여느 평온한 도시와 별 다른 차이가 없지만 밤 만 되면 마치 경찰로부터 도시 치안권을 넘겨 받은 듯이 이들이 거의 통제하다시피 한다. 야간 외출은 일부 도심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불가능하다.
지역을 장악한 갱단들은 소규모 자영업자들로부터 자리세, 또는 보호비 명목으로 공공연하게 돈을 뜯어가는데 통상 1주일이나 한 달 단위로 금액을 책정하고 상납을 요구한다.
응하지 않으면 당연히 보복을 하며 처음에는 가게 영업을 방해하는 수준에서 심한 경우는 방화, 살해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점차 확대되면서 지금은 대기업도 이들의 협박을 받고 있는데 액수는 소상공인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금액을 요구한다. 불응하면 운송용 차량을 불태우거나 사무실에 총알 세례를 퍼부어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방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모 한국회사도 같은 협박을 받았는데 응하지 않자 직원들을 협박하여 출근을 못하게 하면서 농장 운영이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 결국 굴복하여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상납하고 있는데 지금은 매달 전기 요금을 내는 것처럼 일상화 되었고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출근 하고 있다고 한다.
생계가 달려 있는 현지 직원들이 "무서워서 출근을 하지 못하겠다"면서 그들과 타협(?)할 것을 충고 할 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돈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폭력이 난무하는 도시로 악명이 높은 중부 모렐로스주의 Irapuato 등 일부 도시에서는 갱단들의 갈취를 견디다 못한 소규모 영세 사업주들이 문을 닫고 타 도시로 도피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뉴스 지면을 장식하곤 한다.
택시 운전사들도 대표적인 피해자들인데 지역 갱단들에게 돈을 주지 않고는 운행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빚 내서 어렵게 장만한 택시로 영업을 하려고 하지만 이들의 갈취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택시를 그냥 둘 수도 없어 결국 돈을 주고 운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는 대기업 식품회사 역시 이들의 협박과 자사 운송 차량에 대한 방화로 피해가 급증하자 해당 지역으로는 물품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었다.
멕시코 시티도 센트로 지역은 마찬가지다. 지역 갱단들이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위협하여 돈을 갈취하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따코를 팔아도 역시 자리세를 내야만 가능하다.
얼마 전,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게레로에 있는 두 개의 캐나다 광산 회사가 지역 갱단들로부터 갈취 협박을 당하고 있다며 자국 기업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관심과 해결을 캐나다 총리가 직접 멕시코 대통령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국가간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라올 만큼 심각하며 대기업도 예외가 아닌, 단적인 예다.
이같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행해지는 지역 갱단들의 갈취 행위는 결국, 치안 확보에 실패한 현 멕시코 정부의 책임이지만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지역 경찰들의 부패도 크게 한 몫 하는데 경찰이 갱단들과 한 통속이 되어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거나 아예 일정한 돈을 상납 받고 단속 정보를 흘리면서 이들의 활동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는 것이다.
좀 오래된 경우이지만, 마약범죄를 소탕하는 검찰 총장급 최고 책임자가 이들로부터 매월 수십만 달러 돈을 상납받고 단속 정보를 흘리다가 체포 되기도 하는 곳이 이곳 멕시코다.
지방의 경우 워낙 부패가 심하다보니 시경찰을 믿지 못해 통째로 무장해제 시키고 주방위군이나 주 경찰이 투입된다. 그것도 못 미더워 한 달 씩 순환 배치를 하기도 한다.
멕시코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 노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큼 적극적이고 중국에서 철수하고 멕시코로 이전할 정도로 임금 또한 아직 까지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투자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지역 갱단들의 협박과 갈취 행위라는, 영업에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멕시코가 투자하기에는 결코 좋은 환경만은 아니라는 점을 최근 들어 재 인식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결정하고 공장을 짓는 경우라면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소위 말하는 마피아 조직의 범죄 수익에 희생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피해를 당하는 기업들도 갱단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여 결코 외부로 발설 하지는 않고 있지만 지방의 경우 많은 업체들이 이같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약 판매가 주 수입원이었던 갱단들에게 있어 근래 역대 정부들이 '범죄와의 전쟁'으로 단속이 강화되면서 수익이 줄어들자 대체 수익원으로 자영업자들과 기업들을 협박하거나 인신매매, 납치까지 일삼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쉽게 선택되는 것이 기업을 협박하여 갈취하는 행위다. 앞으로 갈수록 이와 같은 피해 사례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멕시코!, 참 아름다운 나라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저임금의 나라로 투자하기에는 최고의 매력적인 나라이지만 이면에는 이 같은 어려움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이문제는 멕시코 라는 나라가 적어도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고가 해결되지 않는 한, 범죄 행위에 대한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면 갱단들이 차량 한 가득 선물을 싣고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 공세를 펼치는데 치안에 동원된 경찰보다도 갱단들의 달콤한 선물 공세를 더욱 호의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인식에서 이 같은 추론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