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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 유입에 무너져가는 센트로 재래시장

작성자 사진: 멕시코 한인신문멕시코 한인신문


멕시코시티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 상인들의 진출이 급증하면서 도매업계는 물론 소매업계에 일대 회오리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 멕시코 시티 역사 중심지 주변으로 자리를 잡은 중국 상인들은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초저가' '박리다매'영업방식으로 기존 상인들을 '쓰나미' 처럼 몰아내고 있다.


'바리오 치노(barrio chino)' 또는 차이나타운(Chinatown)으로 불리고 있으며, 갈수록 중국 상인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재래시장의 도, 소매업의 공급망을 장악해 버린 것이다.


중국인들이 대규모 멕시코 진출은 팬데믹 이후부터 시작됐다.

일단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이들이 운영하는 도매 센터는 건물을 구매, 또는 통째로 임대해서 중국상품으로 가득채우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일종의 창고형 매장인 셈이다.


이들 매장 중 가장 큰 것은 센트로 이사사가(Centro Izazaga) 거리에 있는 16층 건물로, 층당 약 40개의 도매 매장이 품목별로 입점해 있다.


스페인어로는 멕시코 마트(Mexico Mart) 또는 플라자 이사사가(Plaza Izazaga)라고 부르지만 중국어로 된 표지판은 중국의 대표적인 일용품 생산지역으로 전 세계에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 저장성 이우시(義烏市)의 직영점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멕시코시티 정부 청사로 사용되던, 지진으로 일부 피해를 입은 이 건물은 중국에서 멕시코로 가져온 제품을 판매하는 선구자”라고 일간 Reforma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가격은 동종업계 상인들이 그동안 공급해오던 것에 비해 거의 절반, 어떤 제품은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업종도 다양해 의류, 잡화, 사무용품 등 전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국산 제품도 아주 싼 경우를 제외하면 품질도 상당히 좋아져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현지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매장은 시티에서만 최소 10여곳에 이르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중국상인들은 개인이 자영업 위주로 주로 식당 등에 진출하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지금은 대규모 자본을 동원한 공장 직영체제로,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멕시코시티는 재래시장의 규모가 중남미에서 가장 크다고 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가 있는 것이 중국산 제품인 것이다.


시내 중심가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이 집중되어 명소로 알려지면서 현지인들의 방문이 주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데 영역도 다방면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중국 제품은 주로 멕시코시티 국제공항과 미초아칸주 태평양 연안의 라자로 카르데나스 항구를 통해 들어오고 있는데 멕시코 마약시장에 원료를 공급하는 것도 이곳을 통해서다.


 저가 제품은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비공식적으로 들여온 '밀수' 제품으로 의심을 받고 있어 당국의 단속을 받기도 하지만 거대한 자본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 밀려들어오면서 기존의 공급망이 무너졌는데 이는 더욱 중국산 제품에 의지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멕시코시티 상공회의소 회장인 헤수스 로드리게스(Jesús Rodríguez)는 레포르마(Reforma)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내가 “보데곤(bodegón)”, 즉 "중국 제품을 위한 대형 창고가 되었다"고 말했다.


센트로 Chile 거리에서 신부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호세 산티아고는 "역사 중심지에 있는 최소 100채의 건물 중 일부는 최근 공적 자금으로 복원되었지만 나머지는 중국 제품 창고로 전환되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인들의 건물 임대는 부동산 시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일단 임대료 상승의 주범으로 중국인들을 첫 손에 꼽고 있다. 기존의 멕시코인 영세 상인들이 입점해 있었지만 두 배, 많게는 세 배에 가까운 임대료를 제시하면서 상당수 멕시코인들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쫒겨난 것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月 2만~3만 페소(US $1,100~1,600)에 임대하던 상업 공간이 창고로 바뀌어 현재는 月 5만~9만 페소(US $2,700~4,900)에 임대되고 있다고 한다.


문을 닫은 상점 중에는 신부복, 수제 신발, 서적, 직물, 종교 용품 및 가구를 판매하는 상점 등 대부분 영세상인들이다.


이에 대해 멕시코인 건물주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에 공간을 임대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몇 년간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들 때문에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소매상인들이다.

중국인들의 창고형 값싼 제품을 직접 판매하면서 설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도 이제는 대형 매장에서 직접 구매를 택하면서 공급자- 도매업자- 소매업자의 공급 사슬이 공급자-판매자 직거래로 유통망 자체가 단순, 수직화 된 것이다.


한국 교민들도 마찬가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과거 중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멕시코인들에게 공급자 역할을 하던 한국 상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같은 방식의 판매가 어려워지면서 지금은 중국인들에게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싼가격에 공급을 받았지만 싼가격에 판매하는 현지 멕시코인들과 경쟁에서 거의 이윤을 남기기가 어려워 많은 교민들이 타 업종으로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중국제품의 영향권을 벗어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에 부쩍 늘어난 한식당 개업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교민들의 탈출구의 한 방편이며 이도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으로 철수를 염두에 두기도 한다.


조금씩 잠식하던 중국인들의 재래시장 영역 확장은 거의 독점 공급에 가까운 형대로 발전하면서 소규모 매장에서 일하던 멕시코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중국인들이 멕시코시티 재래시장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고 현지인들이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과거 일어났던 LA 흑인 폭동을 비유해 멕시코에서도 언젠가는 이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현재, 시장에서는 아시아 상품으로 불리고 있지만 주로 중국 제품과 한국 제품을 뜻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세금포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즉, 상품이 들여오는 과정도 불합리하지만 직원 임금은 물론, 대금결재도 대부분 현금으로만 거래를 하면서 매출이 드러나지 않아 세금회피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인만 중국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로 근로계약서를 통한 일반적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중국인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를 기습 단속했지만 서류가 미비한 3톤 가량의 제품만 압수했을 뿐 영업장은 하루만 폐쇄되고 다음날 정상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나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래시장을 장악한 중국인들은 이제 멕시코 중심지인 소나로사 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벌써 주요 도로변에 중국어 간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거대시장 멕시코가 산업 전반에 걸친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 지배당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한편, 중국 자본의 대거 유입은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의 멕시코 이민 급증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레포르마(Reforma)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에게 임시 거주 비자가 5,018건 발급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과 2021년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이다.


올해 첫 4개월 동안 중국인들에게 1,879건의 임시 거주 비자가 추가로 발급됐는데 이는 멕시코에 정식 비자를 신청한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미국인과 콜롬비아인에 이어 세번째에 해당한다.


지난해 중국인이 받은 임시 거주 비자 중 41%가 멕시코시티에서 발급됐고, 11%는 중국 투자가 집중된 누에보레온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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