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조기교육에 아주 관심이 높다.
최소한 남들보다는 더 나은 교육과정을 이수해주고 싶은 욕망, 또는 부모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 등 다양한 이유로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만 있다.
이에 따라 자녀들의 조기교육(외국어)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왜 조기교육을 시켜야 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고 귀동냥, 또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아니면 돈이 있으니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욕망 등 다양한 이유를 대곤 한다.
조기교육
이쯤에서 과연 조기교육은 분명히 좋은 것이며 또 “어느 시점이 조기교육에 최적일까?” 를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일단 외국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조기교육을 “할 수만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 는 일차 결론이다. 문제는 ‘조기’ 즉 ‘어릴 때’ 라는 것인데 “어리다” 는 것이 어느 정도를 나타내는지는 전문가들도 각양각색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분명한 것은 “무조건 어릴 때 보내는 것이 좋다” 는 식은 “절대 아니 올시다” 라는 점이다.
그럼 언제 조기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을까?
지금까지 외국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살면서 느낀 것은 조기교육의 목적이 단지 외국어를 잘하는데 둔다면 그 시기는 어릴수록 좋다는데 동의한다. 반면에 외국어도 잘해야 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어도 잘해야 한다는 전제라면 너무 어릴 때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외국에서 사는 한국인 부모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자녀들의 한국어 습득이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언어를 배운 자녀들은 당연히 해당국가 말을 잘하지만 한국어는 거의 젬병이다. 너무 당연한 것이다. 즉 외국어를 배우는 데는 성공했는데 모국어를 잃어버리고 다시 배워야하니 하나를 얻었지만 또 하나를 잃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자녀들이 대학을 갈 나이로 성장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한국어다. 겉은(외모) 멀쩡한 한국인인데 말은 거의 못하는 반벙어리가 대부분이다.
물론 간단한 의사소통은 무리 없지만 조금이라도 한자용어가 섞인 말이 나오면 전혀 알아듣지를 못한다.
“지하철타고 환승역에서 갈아탄 후 목적지 근처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한국에서라면 어렵지 않은 이 말을 아이들에게 하니 먼저 “지하철이 뭐냐?”고 물어온다. 그걸 설명하니 ‘환승역“은 무슨 말이냐고 또 뭇는다. 어렵게 설명하고 나니 ’목적지‘ 가 무슨뜻 이며 ’하차‘는 또 뭐냐고 물어온다. 이걸 설명하느니 차라리 스페인어로 설명해 버린다.
바쁜 세상 이런 식으로 지나다보니 아이들이 한국어에 대해 거의 공포에 가까운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바로 외국에서 살면서 자식교육에 가장 어려운 한국어 가르치기라는 점인 것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부모입장이기에 바로 해답이 나오는 것이다.
즉, 조기교육을 시키더라도 한국어를 필수로 가르치겠다면 초등학교 4학년~5학년 사이가 가장 좋은 시기라는 점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이 시기에는 한국어를 거의 완벽하게 한다. 모르는 말은 스스로 찾아서 공부 할 수도 있고 일단 기본 한국어가 탄탄하게 자리 잡혀 있는 상태라 독서만 해도 평생 잊어버리지 않고 유창한 한국어가 가능하다. 이후 외국으로 이민을 가도 한국어의 탄탄한 밑바탕에서 외국어를 배우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정도 시기에는 언어를 배우기보다는 저절로 습득하는 나이라는 점이다.
즉 어른이 되어서는 단어를 외우고 숙어를 외워 문장을 만드는 공부를 해야 하지만 위에서 말한 시기는 그런 과정 없이 저절로 시간이 지나면 유창한 외국어를 할 수가 있어 이런 점이 바로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시기를 ‘황금시기’ 로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전이나 그 후로도 가능하지만 그보다 어린나이는 한국어가 미숙하다는 부분에서, 그보다 많은 경우는 외국어를 습득이 아니라 “공부를 해서 배워야 한다” 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 자녀를 키워본 경험상으로 보면 위에서 언급한 시기라면 대략 1년에서 2년 정도만 돼도 완벽한 해당국 언어를 습득할 수가 있다. 반면에 더 나이가 든 중3이나 고1로 넘어가면 배우는 언어가 되기 때문에 시간과 돈, 그리고 배우는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자녀들의 언어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좋은 황금시기인 초등 4학년~5학년 시기를 잘 염두에 두고 이민을 가는 것이 7~8년 후 자녀가 대학을 갈 때쯤이면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즉 외국어는 해당국가 언어와 제2외국어까지 2개 국어 정도는 잘하는데 정작 한국어를 제대로 못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기유학을 보낼 때(갈 때)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단어를 외우고 숙어를 외우고 때로는 문장을 외워야 하는 우리 세대들의 고통스러운 외국어 공부를 생각한다면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언어가 배워지는 시기. 즉 자녀들이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잘할 수 있다는 점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이민은 부모보다는 자녀들의 교육을 우선에 두고 결정하는 만큼 그 중요성에 비추어 위에서 언급한 시기 관련부분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새겨들어 두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