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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카 최대 민속축제 '겔라게차' 개막…원주민 16개 민족의 전통과 연대 한자리에


멕시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민속문화축제 ‘겔라게차(Guelaguetza)’가 오하카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올해로 94회를 맞은 겔라게차는 단순히 전통춤과 음악을 보여주는 공연을 넘어 오하카에 뿌리를 둔 16개 원주민 민족과 멕시코 공동체의 역사와 정체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로 평가받는다.

지난 20일 오하카시의 포르틴 언덕(Cerro del Fortín)에 자리 잡은 겔라게차 야외공연장(Auditorio Guelaguetza)에는 1만1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모였다. 첫 번째 ‘언덕의 월요일’(Lunes del Cerro) 행사에는 오하카주 8개 지역에서 선발된 13개 공연단이 참가해 지역 고유의 춤과 음악, 의상과 생활문화를 선보였다.


시우다드 익스테펙(Ciudad Ixtepec)과 산후안 바우티스타 툭스테펙(San Juan Bautista Tuxtepec), 산티아고 피노테파 나시오날(Santiago Pinotepa Nacional) 등에서 온 공연단이 무대를 채웠으며, 오하카 주민들이 사실상의 주가처럼 여기는 노래 ‘신은 결코 죽지 않는다’(Dios Nunca Muere)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축제의 절정인 ‘언덕의 월요일’ 공연은 20일에 이어 오는 27일 오전 10시와 오후 5시에 다시 열린다. 입장권이 판매되는 A·B구역은 지난 6월 예매 개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모두 팔렸으며, C·D구역은 무료로 개방된다. 오하카주 정부는 올해 7월 한 달 동안 초청 행렬(Convites)과 문화 거리행진(Calendas Culturales), 공연, 음식·수공예 박람회, 메스칼 축제(Feria del Mezcal)와 체육행사 등 140개가 넘는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겔라게차’라는 말은 사포텍어 ‘겐다레사’(Guendalezaa)에서 유래했으며, 선물이나 제물을 나누고 서로의 의무를 다한다는 뜻을 지닌다. 누군가의 결혼식이나 장례식, 마을축제에 음식과 노동력을 보태면 훗날 자신의 행사가 있을 때 도움을 돌려받는 오하카 특유의 상호부조 전통을 의미한다.

무용수들이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에게 과일과 빵, 토르티야, 커피와 지역 특산품을 던져주는 장면도 이러한 ‘나눔과 보답’의 정신을 상징한다.


축제의 뿌리는 스페인 정복 이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포텍족과 멕시카족은 현재 겔라게차 공연장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 전망의 언덕’(Daninayaaloani) 일대에서 옥수수와 풍요를 관장하는 여신 센테오틀(Diosa Centéotl)에게 춤과 음식물을 바치며 수확을 기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몬테알반 (Monte Albán)


스페인 식민통치 이후에는 7월16일 카르멘 성모 축일(Fiesta de la Virgen del Carmen)과 결합했으며, 성모 축일 다음 월요일과 그로부터 8일 뒤인 월요일에 축제를 반복하는 관습이 만들어졌다.

오늘날 두 번째 행사를 ‘겔라게차의 옥타바’(Octava de la Guelaguetza), 즉 여드레 뒤에 다시 열리는 축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주 단위 민속축제의 형태가 갖춰진 것은 1932년이다. 1931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오하카의 재건과 오하카시 지정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주 전역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민족의 경의’(Homenaje Racial) 행사가 열렸고, 이것이 현대 겔라게차의 출발점이 됐다.


1950년대 들어 오하카 각 지역의 대표단이 정기적으로 초청되면서 지금의 ‘언덕의 월요일’ 형식이 완성됐다. 1970년대에는 포르틴 언덕에 전용 야외공연장이 건설됐고, 겔라게차는 오하카를 넘어 멕시코를 상징하는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공연장이 자리한 원형 무대는 ‘백합의 원형광장’(Rotonda de las Azucenas)으로 불린다.


올해 축제를 대표하는 ‘센테오틀 여신’에는 산티아고 피노테파 나시오날 출신의 간호학과 학생이자 아프로멕시코 인권활동가인 에니드 아수세나 토레스 아구스티니아노(Enid Azucena Torres Agustiniano)가 선정됐다. 아프로멕시코 여성이 축제의 공식 문화대사인 센테오틀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개막 무대에서 “아프로멕시코인이라는 사실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존엄하게 기억하고 살아가야 할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겔라게차'는 오하카 관광산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하카주 관광부는 올해 7월17일부터 27일까지 축제를 보기 위해 약 14만9천 명의 관광객이 오하카시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호텔 평균 객실 점유율은 83%에 달하고, 숙박과 음식·교통·수공예품 판매 등을 통해 약 6억6천800만 페소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연장 관객은 네 차례의 공식공연을 합쳐 수만 명이지만, 거리행진과 박람회 등 전체 축제 기간의 방문객은 매년 10만 명을 훨씬 웃돈다.


산토도밍고 데 구스만 성당 (Templo y Exconvento de Santo Domingo de Guzmán)


축제를 보기 위해 오하카를 방문했다면 도심에서 약 10㎞ 떨어진 몬테알반 고고학 유적지(Zona Arqueológica de Monte Albán)를 함께 둘러볼 만하다. 해발 약 1천900m 산 정상에 조성된 몬테알반은 기원전 500년 무렵부터 번성한 사포텍 문명의 정치·종교 중심지로, 중앙광장과 피라미드, 천문관측 시설과 고대 부조가 남아 있다.


오하카 역사센터와 함께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겔라게차의 배경이 되는 사포텍 문명을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오하카시 중심부의 산토도밍고 데 구스만 성당과 옛 수도원(Templo y Exconvento de Santo Domingo de Guzmán)도 빼놓기 어렵다. 황금빛 바로크 장식으로 유명한 성당과 오하카 문화박물관(Museo de las Culturas de Oaxaca)을 관람한 뒤 보행자 거리인 마세도니오 알칼라 관광로(Andador Turístico Macedonio Alcalá)를 따라 중앙광장 소칼로까지 걸으면 식민지 시대 건축과 현대 오하카의 일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거리 곳곳에서 전통 거리행진인 칼렌다(Calenda)와 악단 공연이 이어지고, 지역 대표 음식인 몰레(Mole)와 틀라유다(Tlayuda), 오악사카 치즈(Quesillo de Oaxaca), 전통 증류주 메스칼(Mezcal)도 맛볼 수 있다.


겔라게차의 화려한 의상과 군무 뒤에는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오하카 공동체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각 마을이 자신의 언어와 의상, 음악과 음식을 들고 찾아와 서로에게 내어놓는 이 축제는 관광객을 위한 민속공연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돕고 받은 것을 다시 돌려준다는 오랜 약속을 해마다 확인하는 자리이자, 멕시코가 지닌 문화적 다양성을 세계에 보여주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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