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서부 시날로아주의 주도인 쿨리아칸은 지금 도시 전체가 어둠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살인이나 실종 피해자가 10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밤이 되면 지역을 장악하려는 조직간의 충돌로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1970년대 과달라하라 카르텔의 창설과 함께 시작된 시날로아 카르텔은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도 가장 조직화된 카르텔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 태평양 카르텔 불리는 등 조직은 여러 변화의 단계를 거쳐 80년대에 El Chapo(미국 수감 중)에 의해 통일되기도 했으며 그가 체포된 후 지금은 그의 아들들이 조직을 이어받아 재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El Mayo의 조직이 이 지역을 양분하면서 동맹을 맺고 그동안 평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7월 25일, 멕시코 마약 밀매 역사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다.
엘차포의 아들 중 한 명인 호아킨 구스만 로페즈(Joaquín Guzmán López)가 아버지와 친구사이이며 동맹관계를 맺고 있던 엘 마요 조직의 수장인 잠바다 마요(Mayo Zambada)를 강제로 납치하여 미리 준비해둔 경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데려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마약조직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정부에 의해 거액의 현상금까지 내걸린 멕시코 최대 마약 두목 중 한 명인 '마요 삼바다'를 납치, 미국 당국에 신병을 넘기면서 두 조직간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배반을 당하여 미국에 체포된 El Mayo는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으며 결국은 모두가 패배하게 된다" 면서 평화를 유지할 것으로 당부했지만 조직간 폭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기간 동안 50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기록되었으며 실종자수를 포함 할 경우 1000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대 조직의 두목이 모두 미국에 체포되면서 지금은 아들들이 싸움을 주도하고 있는데 자신의 아버지를 강제로 납치한 '차피토스' 조직에 복수를 선언하면서 엘마요의 조직의 공격이 거세다.
특히, 배신에 대한 정서가 중소 조직들까지 싸움에 참여하면서 시날로아주의 쿨리아칸은 물론 주변 도시까지 양측의 싸움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반세기 동안 지역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엘 차포의 아들들인 '차피토스' 조직이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연합공격을 받아 상당히 불리한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시날로아에서 철수하고 '바하켈리포니아'로 활동 영역을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만큼 세가 위축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충돌이 예상되면서 연방정부는 곧바로 천여명의 군인을 파견하여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지만 방대한 지역에서 충돌하는 양측의 폭력행위를 막는데는 역부족으로 매일같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주도인 쿨리아칸은 한마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지역경찰이 모두 카르텔과 연관되어 있어 출동한 연방군이 이들을 모두 무장해제시키고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갱단이 지역을 장악해온 시날로아주 쿨리아칸은 성장, 인구, 정부, 정치등 모든 면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어서 주민들의 익숙한 일상으로 여겨져 오고 있다.
오히려, 갱단들이 도시 치안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이번 양측간의 전쟁이 있기 전에서 의외로 평온한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했었다.
지금 이 도시는 모든 사업 영역에서 매출이 70%가량 줄어드는 등 거의 마비 상태로 주민들은 숨죽이며 사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내 세대의 사람들이 늙어 죽고 있지만, 내 자녀와 손주들에게는 무엇이 있고, 그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부모 세대는 한탄하고 있지만 항구를 끼고 있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 드리워진 불안은 지금까지의 반세기를 넘어 앞으로 반세기를 이어가게 될지 우려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