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중인 핵심 정책에 대해 '위헌'을 들어 반대해온 대법원에 대해 대통령의 비판 수위가 갈수로 높아지자 멕시코 시민들이 대법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거리행진에 나섰다.
로페스 오브라도르(López Obrador) 대통령의 반복적인 언어 공격을 받고 있는 대법원(SCJN)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일요일 멕시코 전역의 도시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나서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대들은 혁명 기념비에서 멕시코시티의 중앙 광장인 소칼로까지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소칼로 바로 옆에 위치한 대법원 본부 밖에서 정부 지지 시위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대법원(SCJN) 지지 시위는 과달라하라, 몬테레이, 케레타로, 모렐리아, 칸쿤, 할라파, 오악사카, 치와와 및 레온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행진 및 시위가 열려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대부분 흰색 옷을 입은 멕시코시티 시위 참가자들은 “법은 법이다. (정부는)법정에서 손을 떼라”고 외쳤다. 시티와 지방 대도시에서 일어난 이번 시위는 López Obrador 대통령의 멕시코 대법원에 대한 빈번한 비판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서 이루어졌다.
SCJN(대법원)은 최근 대통령이 선거 개혁 패키지의 일환이자 방위군에 대한 통제권을 민간 보안부에서 국방부로 이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자 "대법원이 썩었다"면서 "대법원이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자와 소수 엘리트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면서 강하게 비판 한 바 있다.
대통령은 재임 초기부터 대법원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엇박자를 내는 판결을 자주 내리자 사법부와 대립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현재, 멕시코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로 위헌으로 간주되는 법령에 대해 Maya Train 철도를 포함한 특정 인프라 프로젝트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대통령령으로 우회하는 편법을 동원하며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대법원의 존재에 대해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 이제는 멕시코의 사법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시민이 멕시코의 대법원 판사와 기타 판사를 선출할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대선과 맞물려 치러지는 연방의회 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가능해 질 전망이다.
즉, 여당인 모레나당과 연합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의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경우 헌법 개정을 통해 대법원 판사를 정부의 우호적인 인사들로 모두 갈아치우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정부의 계획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의 해체이며 사법권의 심각한 훼손"으로 주장하며 대법원이 정부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법원이 무너지면 멕시코도 무너진다" 면서 "이 나라의 마지막 남은 보루를 보존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현정부를 지지하는 시위대와 곳곳에서 충돌하기도 했는데 대통령이 콕 찍어 비판하고 있는 Norma Pina Hernandez 대법원장에 대해 초상을 불태우거나 일부는 반사법부 행진에서 그녀의 이미지가 담긴 모조 관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한편, 오래동안 야당생활을 해 온 현 대통령은 시위대를 이끄는데도 일가견이 있는데 주요 시위가 있을때는 직접 참석해 연설하는 등 지지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취임 4주년 기념행진에서는 시티 시장이 약 120만명이 모였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인파가 참여하면서 현정부의 힘을 과시한 바 있다.
반면, 야권은 뚜렷한 구심점이 없이 주요 쟁점이 있을때마다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시위가 이루어지다보니 동원인원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해 대통령이 이를 희화화 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현 집권당이 다수당을 점할 경우 대법원 판사 교체는 물론 그동안 공개적으로 천명해오던, 헌법을 바꿔야만 가능한 모든 법제도가 현 정부의 입맛에 맞춰지면서 정치권은 큰 변화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내년 총선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