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맥주, 월드컵과 함께 다시 "뜨거워졌다"
- 멕시코 한인신문
- 6월 12일
- 3분 분량

멕시코에서 맥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축구 경기장 앞 편의점의 코로니타(Coronita), 동네 가게 냉장고 속 카구아마(Caguama), 해변에서 라임 조각과 함께 마시는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 바비큐 자리의 테카테(Tecate)와 빅토리아(Victoria)까지 맥주는 멕시코인의 일상과 축제, 수출 산업을 동시에 떠받치는 국민 음료다.
2026 FIFA 월드컵 개막과 함께 멕시코 맥주 소비는 다시 한 번 폭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멕시코 대표팀인 엘 트리(El Tri)의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OXXO와 슈퍼마켓, 동네 점포, 바와 식당에서는 맥주 판매가 급증한다.
현지 매체는 최근 ‘숫자로 보는 멕시코’ 시리즈를 통해 코로니타(Coronita)부터 카구아몬(Caguamón)까지 멕시코 맥주 문화의 흥미로운 통계를 소개했다.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역시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다.
올해 2월 실시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36.1%가 가장 자주 마시는 맥주로 코로나를 선택했다.
2위는 빅토리아(Victoria) 27.6%, 3위는 테카테 오리지널(Tecate Original) 15.5%, 이어 모델로 에스페시알(Modelo Especial) 8.6%, 미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 8.5% 순이었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멕시코 성인 69%가 가장 선호하는 주류로 맥주를 꼽았으며,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약 79.8리터로 추산됐다.
멕시코 맥주 문화는 병 크기만 봐도 독특하다.
210ml짜리 작은 병은 코로니타(Coronita)라고 불린다. 말 그대로 ‘작은 코로나’라는 뜻이다. 355ml 병은 메디아(Media) 또는 보테야(Botella)라고 부르며 가장 일반적인 크기다. 940ml 병은 카구아마(Caguama) 또는 바예나(Ballena)로 불린다. 카구아마는 바다거북의 일종을 뜻하며, 병 크기가 거북 등껍질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예나(Ballena)는 고래를 뜻한다.
1.2리터 이상의 대형 병은 흔히 카구아몬(Caguamón)이라고 불린다. 이는 카구아마(Caguama)의 확대형 표현으로, 멕시코인들이 친구들과 축구를 보거나 가족 모임을 할 때 함께 나눠 마시는 대표적인 대용량 맥주다.
산업 규모는 더욱 놀랍다.
멕시코 맥주 시장은 연간 100억 리터가 넘는 거대 시장이다. 2024년 멕시코에서 판매된 맥주는 24병들이 상자 기준 약 11억8,700만 상자, 총 101억2,000만 리터로 추산됐다.
시장은 사실상 두 기업이 지배한다.
그루포 모델로(Grupo Modelo)가 약 57%, 하이네켄 멕시코(Heineken México)가 약 40%를 차지하며,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97%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3% 정도만이 세르베세리아 아르테사날(Cervecería Artesanal·수제맥주 업체)들의 몫이다.
그루포 모델로의 역사는 1925년 멕시코시티에서 시작됐다.
회사는 코로나 엑스트라(Corona Extra), 빅토리아(Victoria), 모델로 에스페시알(Modelo Especial), 네그라 모델로(Negra Modelo), 파시피코(Pacífico) 등을 앞세워 멕시코 맥주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1930년 네그라 모델로(Negra Modelo)가 출시됐고, 1966년에는 모델로 에스페시알(Modelo Especial)이 캔 제품으로 등장했다. 1997년에는 사카테카스(Zacatecas)에 초대형 공장을 가동했으며, 회사는 이를 세계 최대 규모의 양조장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2013년 그루포 모델로는 세계 최대 맥주기업인 AB InBev에 인수됐다.
하이네켄 멕시코의 뿌리는 더욱 오래됐다. 전신인 세르베세리아 콰우테목(Cervecería Cuauhtémoc)은 1890년 몬테레이에서 설립됐다. 이후 세르베세리아 목테수마(Cervecería Moctezuma)와 통합되며 테카테(Tecate), 솔(Sol), 도스 에키스(Dos Equis), 인디오(Indio), 보헤미아(Bohemia) 같은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2010년 네덜란드 기업 Heineken 이 FEMSA의 맥주 사업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하이네켄 멕시코(Heineken México)가 탄생했다. 하이네켄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멕시코에 27억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유카탄(Yucatán) 지역 신규 양조장 건설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멕시코 맥주는 내수보다 수출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멕시코는 2010년 이후 세계 최대 맥주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180개국 이상으로 맥주를 수출하며 세계 4위 생산국으로도 평가된다.
2023년 멕시코 맥주 수출액은 61억6,3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또 다른 국민주 데킬라(Tequila)의 수출액 44억2,9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북미 시장 의존도도 매우 높다. 2024년 첫 두 달 동안 멕시코 맥주 수출액은 10억1,3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33.8% 증가했다. 수출되는 맥주 10리터 중 9리터가 미국(Estados Unidos)과 캐나다(Canadá)로 향한다.
그러나 성공 뒤에는 논란도 존재한다. 대형 양조장은 막대한 물을 소비한다. 멕시코 북부와 유카탄(Yucatán) 지역에서는 물 부족(Escasez de Agua) 문제로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하이네켄의 유카탄 신규 공장 계획은 마야 공동체(Comunidades Mayas)와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들은 세노테(Cenote·석회암 지하수 동굴) 오염과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멕시코 맥주는 여전히 국가 브랜드의 핵심 상품이다.
코로나(Coron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멕시코 브랜드 가운데 하나이며, 모델로 에스페시알(Modelo Especial)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맥주 중 하나다.
빅토리아(Victoria), 테카테(Tecate), 도스 에키스(Dos Equis)는 각각 전통, 북부 정체성, 국제적 이미지를 앞세워 소비층을 확대하고 있다.
월드컵은 이 산업의 힘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다. 멕시코 대표팀 엘 트리(El Tri)가 골을 넣는 순간, 경기장과 소칼로 광장, 동네 식당과 가정집 냉장고에서 동시에 병뚜껑이 열린다. 코로니타(Coronita) 한 병에서 카구아몬(Caguamón) 한 병까지, 멕시코 맥주는 축구와 함께 가장 빠르게 소비되는 국민적 상징이 된다.
멕시코 맥주의 성공은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통망, 브랜드 전략, 수출 산업, 대중문화, 축구, 그리고 일상의 습관이 결합된 결과다.
그래서 멕시코에서 맥주는 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맥주는 멕시코 경제의 숫자이자, 세계 시장의 상품이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승리의 순간 가장 먼저 손에 드는 축제의 언어다. 그리고 월드컵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지금, 멕시코의 맥주 산업은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