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1월31일) 멕시코 대법원(SCJN)은 "민간 기업보다 국영 연방전력위원회(CFE)를 우대하는 법은 위헌" 이라고 판결하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큰 타격을 입혔다.
현 정부에서는 CFE와 Pemex를 비롯한 국영 에너지 기업을 되살리는데 목적을 두고 2021년 3월 멕시코 의회는 멕시코 국영 전력회사인 CFE가 생산한 전력을 국가 전력망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산업법(LIE)' 개정안을 집권당 주도로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통과된 새로운 법은 국영 전기회사인 CFE가 생산하는 전기보다 더 저렴하고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민간 기업이지만 정부에 전기를 판매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국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하려면 이전에는 더 저렴한 가격 제시가 우선이어서 항상 국영 에너지 기업과 민간기업이 공쟁 경쟁입찰을 통해 낙찰 받는 방식어었다.
즉, 누가 더 싼 값에 전기를 멕시코 전력망에 공급하느냐가 핵심이었는데 새로운 법은 이와는 상관없이 멕시코 국영기업에게 특혜를 베풀어 이들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었다는 점이다.
前 정부가 멕시코의 에너지 부문을 외국 및 민간 기업에 개방하면서 75년 동안 지속된 국가 독점을 종식시켰지만 현 정부가 추진한 새로운 '전기 산업법(LIE)' 은 이를 모두 취소하고 정부 기업 우선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前 정부의 에너지 개혁 핵심을 원위치로 되돌려 놓은 셈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반발한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소송을 통해 대응에 나섰는데 대법원 제2부는 6개 에너지 기업이 제기한 LIE(신 에너지 전기법) 금지 가처분 신청을 심리하면서 재판관 5명 중 2명은 금지명령 승인에 찬성표를, 2명은 반대, 1명은 기권하면서 정부가 패소한 것이다.
판결이 나온 후 멕시코 대법원(SCJN)은 성명에서 "2021년 전기 산업법에 명시된 전기 공급 우선 순위가 멕시코 전력 부문에서 헌법에 명시된 자유 경쟁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의 법안이 헌법의 '효율성 기준'을 배제하면서 국영 발전소(CFE) 또는 이와 관련된 발전소를 우선시하여 전력 시장에 공정한 경쟁을 부정했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정 에너지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박탈했다" 고 지적했다.
그동안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가 "국영 전기회사 CFE와 국영 석유 회사 Pemex를 모두 구제했다"고 주장하면서 법적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대법원은 "전력 문제에서 헌법이 보장한 공정한 경쟁의 틀을 무시했다" 며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공기업인 전기회사 CFE와 석유회사 PEMEX는 부실경영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으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시설 노후화와 내부 부패가 심각해 정부의 골치 덩어리었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이들 공기업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원으로 정상궤도에 올려놓고자 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번 판결로 소송을 제기한 6개 에너지 기업에만 일단 효력이 발생하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도매 전력 시장의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판결 효력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대법원은밝혀 정부 주도의 2021년 新에너지 전기법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
현재, 민간 기업들은 새로운 전기법(LIE)에 대해 수백 건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인데 이법 대법원의 판결이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2년 4월에 '신 전기법' 을 검토하여 대법관 전원 11명 중 7명은 '신 전기법'이 에너지 부문의 자유 경쟁권을 침해하고 청정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법 시행 직후 이 법의 효력을 정지시킨 연방법원 판결을 지지했었다.
그러나 법안 기각를 위해서는 8표가 필요했지만 1표가 부족해 법안 철회는 되지 않았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목요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이 '신 에너지 개혁법' 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대법원과 정부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멕시코 정부의 '신 에너지 정책' 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를 자극하기도 했는데 2022년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멕시코의 국수주의적 에너지 정책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원칙으로하는 USMCA 무역 협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이 분쟁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신 에너지 개혁법'에 제동을 건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그동안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정부에 판매해 왔던 민간기업들은 멕시코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에 큰 피해를 보았을 뿐만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원칙으로 삼는 자본주의 기본원리를 부정당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회사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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