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행위를 뜻하는 '독재' 라는 용어는 일단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일방적 통치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멕시코에서 '독재'의 의미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독재 형태를 가미한 정치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4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멕시코는 의회의 간섭 없이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가 있다는 생각은 2017년 27%에서 2023년 50%로 증가했다.
24개국에서 같은 내용으로 질문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다수가 선호하는 정부 체제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에 대한 열정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멕시코에서 의회와의 협의없이 결정을 내리는 독재형 지도자에 대해 점점 더 매력적으로 여기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멕시코는 독재정치에 대한 지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로, 강력한 지도자가 의회나 법원의 간섭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좋은 통치행위로 생각하는 비율이 2017년 27%에서 2023년 50%로 23%포인트나 증가했다.
멕시코 다음으로 케냐가 독재정치에 대한 지지가 39%에서 52%로 증가하면서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의 뒤를 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대의민주주의'라는 제목의 퓨(Pew) 조사에 따르면 '대의민주주의'는 여전히 이상적인 통치방식이지만 기능을 두고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평균 59%가 자국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 불만족스럽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는 이러한 지지율 증가와 함께 독재 체제를 '국가를 통치하는 나쁜 방법'으로 간주하는 비율이 67%에서 48%로 감소했다. “강력한 지도자나 군대가 나라를 다스리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멕시코인의 71%가 "그렇다"고 답했다.
독재 정권이나 군사 정권을 지지하는 시민의 비율은 일반적으로 고소득 국가보다 중간 소득 국가에서 더 높게 나오는데 멕시코가 그 예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조사에는 대의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기술정치, 독재정권, 군사정권 등 5가지 정부 유형이 포함됐다. 77%는 전 세계적으로 대의 민주주의가 최고의 정부 형태라고 믿고 있으며 83%는 최악의 정권이 '군사 정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우 44%가 군사 정권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14%는 '매우 좋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다소 나쁘다'는 21%, '매우 나쁘다'는 19%로 나타났다. 거의 60% 가까운 국민이 군사정권에 대해 호의를 나타낸 것이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이 낮으며 정치적 스펙트럼의 좌측(좌익) 보다는 오른쪽(우익)에 위치한 사람들이 군사 정권을 선호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불만을 품는 이유 중 하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공무원이 시민들의 생각에 관심이 없고 자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단절되어 있다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고 Pew는 지적한다.
조사에서는 74%의 선출직 공무원이 시민들의 생각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멕시코에서는 그 수치가 78%로 나타났다. 즉, 대부분의 공무원이 일반인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의미다.
설문조사는 또한 무엇이, 누가 민주주의를 더 좋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다루었는데 50%는 여성이 책임을 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으며, 46%는 자원이 거의 없이 자란 사람(흙수저 출신)이 더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조사는 멕시코 대선을 불과 3개월여 앞두고 발표됐는데 이번 선거에서 멕시코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멕시코 국민들이 여성 정치인을 선호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거의 일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당과 관련해서는, 조사 대상 24개국 평균 54%는 자신의 견해를 잘 대변하는 정당이 적어도 하나 있다고 답했지만, 42%는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멕시코에서는 적어도 한 정당이 자신을 가장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스펙트럼의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50%)이다. 좌파 중 42%도 같은 생각을 했다.
2017년보다 현재에 독재정치를 더욱 지지하게 만드는 요인은 소득과 교육, 이데올로기 인데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국가에서 독재형태의 정치행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더 많은 멕시코인들은 독재정치, 즉 의회나 법원의 간섭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있는 체제가 좋은 정부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민주 체제 하에서 빈부격차와 부패, 불안한 치안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결과가 멕시코인들의 인식변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기본권이 제한되어도 좋으니 이같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반기겠다는 의미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각 국가마다 특성이 있는 만큼, 멕시코의 정치 선진화는 공정한 기회보장과 이를 통한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때 비로소 가능해 질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